문과 곰과 달콤한 곰 님의 교실



   글자 ‘문’은 생김새도
   교실 문을 닮았지요.

   거꾸로 하면
   ‘곰’이지요.

   아침에 나는
   곰 님의 금빛 손을 잡고
   ‘잘 부탁합니다.’
   하고 교실에 들어오고

   헤어질 때도
   곰 님의 금빛 손을 잡고
   ‘오늘도 아주 고마웠어요.’
   하고 인사를 해요.

   꿀처럼 달콤한
   곰 님의 교실에 날마다 초대된다는 건
   푸근하고 뿌듯한 행운이니까요.





   곰 님의 교실에서는



   뾰족하게 나온 말도 둥글게 바뀌었으면

   부딪혀도 멍들지 않았으면

   팔짝팔짝 뛰어도 푹신푹신하게 받아줬으면

   손톱을 세우면 꽃잎 되어 향기가 날리고

   뻗은 주먹은 날개 되어 책상 위로 동동 떴으면

   만들기 시간엔 창밖의 구름을 가져와 만질 수 있고

   지우개 똥을 풀씨로 바꾸어줬으면

정유경

강원도에서 초등 교사로 일하며 동시를 쓰고 공부합니다. 조금 게으르고 물건 정리하기를 어려워합니다.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인기 많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의 세계는 다가갈수록 알지 못할 지점이 많은 것 같아, 아이들을 조금 더 오래, 가까이 들여다보기로 다짐해봅니다.

2022/09/27
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