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으로 슬픔을 들어
  접시 위에 툭 하고 내려놓는다

  누군가는 후후 불어먹고
  누군가는 접시 위에 올려놓은 다음 한참 동안 식혀 먹는

  하얀 만두는 슬픔 같아
  간장은 짜니까 울음 같고

  그렇게 말한 사람
  이제 내 앞에 없고

  그와 비슷한 사람이 큰 트렁크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나와 똑같이 국수 하나와 만두 네 조각을 주문하고

  창밖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일까

  저 트렁크 속에는 왠지 모르게 슬픔이 잘 포개져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에 와르르 쏟아지기도 하겠지만

  그는 떨어진 만두를 재빠르게 줍는다

  삼 초 안에 주우면 모든 것이 괜찮다는 말을 믿는 사람처럼
  마지막 슬픔 또한 얼른 주워 담겠지

  떨어진 젓가락을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점원처럼
  누군가의 도움도 받겠지

  그와 함께 기다란 식탁에 앉아
  국수를 후루룩 먹는 동안

  그는 잠시 식사를 멈추고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줄곧 대답하고 있지 않다가 마지막에
  알았어
  한마디를 하고 끊는다

  그와 닮은 사람과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에서도
  그 말이 마지막 말이었는데

  이제 그는 여기에 없다

  그와 비슷한 사람만이
  다시 큰 트렁크를 들고 가게 밖을 나설 뿐이다

  나는 그가 사라지는 것을 본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거리에서

  트렁크를 든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누군가의 슬픔이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마지막 하나 남은 만두를
  입에 쏙 하고 집어넣어본다

정재율

2019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온다는 믿음』이 있다. 김만중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요즘엔 시를 써도 기쁜 마음이 오래 가지 않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좋아하던 한 영화의 대사가 떠오른다. "나 너 때매 고생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하는 대사처럼 내 인생에서 시가 없었더라면 꽤나 공허했을 것을 안다. 창문을 열어 밖을 바라본다.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그 사이로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런 장면을 보다보면 영원을 정말 영원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다시 자리에 앉아 시에 대해 생각한다. 이미 시가 된 것들과 아직 시가 되지 못한 것들을 떠올린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2023/12/06
6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