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까운 곳에 사찰이 있어 모기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
버스를 타고 홍지문을 지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렸을 때 나는 언 발로
흰 개와 함께 걷고 있었다
나의 가까운 미래였다
희미한 한기를 머금은 시간
내 주머니에 든 것은 작고 단단한 돌뿐이었을까
사찰이 있어 모기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1)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가치가 증명될 수 있다면
나는 고려시대의 이름을 가졌지
오래된 운석으로 조각한 좌상
닳고 닳은
석가여래 옆에서
흐르는 천에 소원을 던졌다
소원은 익숙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아
향을 피우는 시간
아름다운 것만으로
미래가 증명된다면
멀리서도 그 희미한 빛을 볼 수 있기를
*
개천의 다리에서
어쩌면 내가 너무 오랫동안 살아 있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내가 꿈꿔왔던 삶을
느리게 살아왔을 뿐인데
계속되고 있고
함부로 삭이지 않는 동안,
함부로 보랏빛에 대해 말하지 않는 동안
흰 개가 다리를 건넜다
천 너머에 미래가 있었다
숨으로 가득한 곳
살아 있는 곳
걸어가는 곳
내가 이기적인가요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다리에 머무르며
죽은 자들의
이뤄지지 않은 소원이 나의 몸을 감싸고
흔들고
버스를 타고 홍지문을 지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렸을 때 나는 언 발로
흰 개와 함께 걷고 있었다
나의 가까운 미래였다
희미한 한기를 머금은 시간
내 주머니에 든 것은 작고 단단한 돌뿐이었을까
사찰이 있어 모기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1)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가치가 증명될 수 있다면
나는 고려시대의 이름을 가졌지
오래된 운석으로 조각한 좌상
닳고 닳은
석가여래 옆에서
흐르는 천에 소원을 던졌다
소원은 익숙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아
향을 피우는 시간
아름다운 것만으로
미래가 증명된다면
멀리서도 그 희미한 빛을 볼 수 있기를
*
개천의 다리에서
어쩌면 내가 너무 오랫동안 살아 있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내가 꿈꿔왔던 삶을
느리게 살아왔을 뿐인데
계속되고 있고
함부로 삭이지 않는 동안,
함부로 보랏빛에 대해 말하지 않는 동안
흰 개가 다리를 건넜다
천 너머에 미래가 있었다
숨으로 가득한 곳
살아 있는 곳
걸어가는 곳
내가 이기적인가요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다리에 머무르며
죽은 자들의
이뤄지지 않은 소원이 나의 몸을 감싸고
흔들고
박다래
무언가를 쓰다가 자주 중단하고는 한다. 그 순간을 좋아한다. 계속해서 쓸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해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새해를 맞았다. 섬에는 일주일 동안 눈이 내렸고, 게스트하우스는 하얗게 얼었다. 한때 모든 색이 사라지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 희게 표백되지 못한 공간 사이에 우리가 있었다. 유리병을 옮기는 바람이, 눈앞의 것들을 검게 만드는 빛이, 이미 타버린 마루가 있었다. 어떤 일도 시작되기 전에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2024/06/19
67호
- 1
- 히구치 이치요, 「배반의 보랏빛」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