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모



   마리모가 말했다
   사랑 노래만 해줄게

   슬플 땐 슬픔이 약이라지만
   오늘은 맛있는 걸 먹자

   식사가 끝나면 네가 잠들 때까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마리모는 작지만 또렷하게
   자기의 탄생 배경과 좋아하는 온도
   번식 방법과 물갈이 주기에 대해서 설명했다

   마리모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나는 물속에 잠긴 기분이 들었지만
   그가 일 년에 얼마나 성장을 하는지
   홋카이도 호수가 사진과 어떻게 다른지 또한 알 수 있었다

   마리모는 말했다
   내가 물에 뜨면 소원을 빌어줘

   그는 그것이 마리모 세계에서 내려오는 전설이라고 했다
   나는 너희를 사고파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하는
   상술이라고 반박하려다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초록 생물이 귀여워서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정말 마리모가 백 년을 살아?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만약 네가 백 년 동안 살아 있다면
   수조를 준비해야겠지

   그땐 이 방이 수조 속에 들어가서
   모형 풍차처럼 조그만 기포를 만들며
   내가 너의 마리모가 되겠지

   그게 마음에 들었다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을 거야



   조심해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뾰족한 빛을 자르며
   마리모에게 말했다

   그는 듣는 둥 마는 둥
   초록색 모자 꼭지처럼
   노란 자갈 바닥에 붙어 있었다

   마리모는 직사광선을 받으면 안 돼요
   잘 키우면 백 살 넘게 살 수 있어요

   점원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말도 안 되는 그의 수명에 놀랐고
   내가 먼저 죽을 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과거에 우리 집에 살던 개들은
   그들의 운명을 알면서 꼬리를 친 걸까
   갑자기 에펠탑 앞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것처럼 멍해졌다

   나는 마리모에게 자기보다 큰
   바다코끼리일 수도 있다

   만약 너에게 감정이 있다면
   너는 내가 떠나는 날을 기다려줄 것이고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어제처럼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그때 마리모가 물에 떠올랐다

   나는 소원을 빌었다

민구

개와 하는 산책을 좋아한다. 복자의 오빠였고 지금은 뭉치, 코코, 까망이네 형이다.

2021/08/31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