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에픽》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문학잡지는 ‘레고 조각’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각 일정한 모양과 크기를 가졌지만, 한 조각만으로는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아직 예측할 수 없거든요. 다른 조각들과 함께 어울리고, 배치된 후에야 진짜 형태를 가지는 셈이니까요. 제각각의 조각들 여럿이 모여 멋진 성과 함선을 만들 수도 있고, 복잡한 기계 장치를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문학잡지 역시, 나름의 코너와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여기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지, 또 무엇과 함께 어울릴지는 아직 미정의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Q. 왜 서사인가요, 《에픽》에게 서사란 무엇인가요?

   대표적인 서사 문학이라면 역시 소설이 있겠지만, 실은 여기에는 더 다양한 종류의 문학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르포르타주, 자서전, 기행문, 구술록 등의 논픽션 계열의 서사들은 소설-비소설, 문학-비문학으로 구분하는 관습적인 분류 탓에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에픽》이 강조하는 서사는 픽션과 더불어 비소설-비문학으로 인식되어온 논픽션 서사를 함께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에픽》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픽션과 논픽션 서사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호 보완하며, 더 다채롭고 폭넓은 문학장을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근간인 《에픽》 4호의 제호는 ‘Beloved’입니다. 이번호의 커버스토리 ‘i+i’에서는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의 이야기를 소설가 임현의 목소리로 전해 듣습니다. 딸을 잃은 후 수십 년간 수억대의 빚을 짊어지면서도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한 사람의 세계가, 실제의 삶과 허구의 삶의 경계를 탐구하는 한 소설가의 세계를 만나 벌어지는 화학작용이 피부로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랑을 느끼고 표현할 수단’으로써의 ‘끌’에 대한 시적 반추를 보여주는 시인 에밀리 정민 윤, 중범죄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생동감 있게 전해주는 현직 교도관 임철홍, 〈군 피해 치유센터 함께〉에서 활동하는 어머니들의 뜨겁고도 생생한 증언들을 찾아 나선 시각예술가 이정식의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을 만납니다. 이외에도 주목받는 신진 작가들의 신작 단편소설과 논픽션과 픽션 도서를 각각 한 권씩 엮어 소개한 세 편의 ‘1+1 리뷰’ 등 여러 가지 신선한 문학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에픽》은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드는 새로운 텍스트의 재미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에픽》
   창간년월: 2020년 10월
   발행주기: 계간(매년 1월, 4월, 7월, 10월)
   구성원: 김선식(발행인), 문지혁 임현 정지향 차경희(이상 편집위원), 임경섭(편집장), 이호빈(편집팀장), 박수연 정다움 한나래(이상 편집팀), 송윤형(디자인)
   www.epiic.kr
   www.instagram.com/epiic_magazine



에픽

내러티브 매거진 《에픽》은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신개념 서사 중심 문학잡지입니다. ‘에픽(epic)’이라는 단어는, 명사로는 ‘서사시, 서사 문학’, 형용사로는 ‘웅대한, 영웅적인, 대규모의, 뛰어난, 커다란, 광범위한’ 같은 뜻을 지녔습니다. 이 ‘epic’의 모음 ‘i’에 ‘i’ 하나를 덧붙였습니다. 이야기란, 서사란, 하나의 내[i]가 다른 나[i]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2021/06/29
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