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열면 너희가 있다
  너희는 많다
  한 번씩 빠져나와
  살아 있는 것처럼 한다

  협상을 한다
  물에 적신 손을 내 머리 위에 얹거나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핥으려 한다

  나아지고 있니?
  물으면
  책임을 지겠다며 호언을 한다

  주방 가득 연기가 피어오른다
  어째서 너희는 거기 모여
  내 귀를 태우는가
  가스레인지 위에 내려앉은 기름이 굳도록
  누구 하나 닦지 않는가

  어제는 너희 중 하나가 소리 질렀다
  자기가 청력을 잃어가고 있었으면서

  나는 가르쳐본다
  씩씩거리는 너희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엉덩이는 깨물지 않을 것

  너희는 나갈 것처럼 한다
  새 운동화를 신고
  거실을 사뿐사뿐 돌아다니며
  창밖을 향해 손짓을 한다

  야시장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천국
  금붕어들의 지옥
  금붕어 안 줍니다
  체험 후 장난감 한 개 증정
  금붕어를 만지다 걸린 어린이가
  눈물을 쏟으며 뜰채를 반납한다

  주인의 오른손엔 지폐가
  왼손에는 아령이 들려 있다
  그자는 지옥을 지키는 자이다
  지옥이 필요한 자이다

  만두 솥 앞에서
  전기구이 통닭 앞에서
  마주친 적 있는 사람들의 처음 보는 표정 속에서
  나는 너희의 깨끗한 흥분을 듣는다

  다 자란 인간은 어떤 맛이 나냐고
  너희가 물었을 때
  너희의 혀 위에
  곤약 젤리 한 입씩을 올려주었다

  우리가 앉은 팔각정으로
  돌 하나
  지느러미 하나
  날아들지 않는 밤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면
  너희 중 하나가
  쓰러진 것처럼 한다
  기도를 한다

  나는 양말을 벗고
  창문을 활짝 연다

이새해

시집 『나도 기다리고 있어』를 썼다. 언어를 배우고 있다.

두 편의 시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시작해 파주에서 끝냈다.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내 안에서 이전보다 거칠고 산만한 언어들이 흘러 다녔다. 그 언어들을 시에 들여오고 건사하기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다. 더 나은 방식을 궁리하고 있다.

2025/09/17
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