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나를 피곤하게 한다
  견디기 어려운 날엔 간식에 수면제 타는 생각
  와인 한 병을 혼자서 다 비울 생각
  네가 잘못되는 생각

  생각으로써
  없는 것을 있게 했다는 생각

  자식을 안고 졸던 노점상이 성모마리아의 현현을 본다
  행려병자가 포스터를 본다
  구마의식: 금요일 밤 9시
  모든 사람을 환영함
  행려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 밤이 그가 가장 환영받는 날일 것이다

  나는 형들의 무덤을 본다
  귀신 이야기
  소년 탐정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던 형들의 육골을 본다
  형, 너희는 그때도 무덤가에 살았지
  두려웠을까
  나에게 화를 낼 때도
  주기도문 따라 외는 귀신 목소리를 흉내낼 때도
  내가 더는 놀라지 않을까봐
  놀러 오지 않게 될까봐

  무덤밭은 나의 추억
  뉴욕은 너의 미래
  거실은 엉망이다

  2.5갤런 플라스틱 생수통이 바닥에 떨어져
  모서리가 깨지고
  부엌이 흥건해진다
  깜빡 졸았습니다
  그 물은 깨끗합니다
  내 말이 조금 부족합니다
  초인종을 누른 아랫집 노인에게
  엉망으로 말했다는 생각
  그가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져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곳은 얼마 전부터 박물관이 유료로 바뀌었습니다 입장권을 가진 사람에게만 화장실이 개방되고요 저는 학생증 하나를 훔쳤습니다 그걸 내밀면 어디서든 저를 다르게 봅니다 사랑하는 성모님, 우리가 먼저
  이 도시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너는 너의 미래를 가질 수도 있겠지
  내가 없다면
  내가 더 강건하다면

  고국에는 친구들이 있다
  어린이집 있고
  일자리 있다
  사망신고 쉽다
  지금처럼 살아 있는
  네가 없다

  너는 생각에 잠긴 채 지하철을 기다린다
  단상에서 졸업 증서를 받아들며
  커다랗게 웃는다

  두루마리 휴지를 한 번에 풀어버리는 행위의 장점은
  휴지를 한아름
  안아볼 수 있다는 것

  나는 이 생각이 상하지 않도록
  내 머리칼 사이에 천일염을 뿌렸다

이새해

시집 『나도 기다리고 있어』를 썼다. 언어를 배우고 있다.

두 편의 시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시작해 파주에서 끝냈다.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내 안에서 이전보다 거칠고 산만한 언어들이 흘러 다녔다. 그 언어들을 시에 들여오고 건사하기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다. 더 나은 방식을 궁리하고 있다.

2025/09/17
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