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재: 시원이 조금 더 뒤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김시원: 아, 네네, 이쯤이요?

(김시원이 앉은 채로 엉거주춤 움직이고 김신재가 고개를 끄덕1))

(김시원이 카메라를 보며 손뼉을)

짝!

이윤정: 시작한 건가요?

김시원: 네? 네네. 아무 말이나 다 해도 됩니다. 다 자르고 붙이고 하니까요……?

(어색한 침묵)

(뻘쭘한 침묵)

김시원: 지난번에 했던 ‘윙크 워크숍(가제)을 위한 워크숍’부터 이야기할까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네 명과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배우미 세 명이 ‘윙크 워크숍(가제)을 위한 워크숍’(이하 ‘워크숍 워크숍’)에 함께 해주었죠.2)

이윤정: 네, 맞아요. 정말 더운 날이었는데도 ‘워크숍 워크숍’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날 ‘워크숍 워크숍’을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해서 후반부에 참여자분들이 많이 지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죄송! 눈을 마주치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해, 윙크를 통해 온몸을 움직이는 과정까지 시도해보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시원이 ‘안전함’에 대해 이야기해줬던 순간이 좋았어요. 워크숍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어떤 행동이 서로를 안전하게 만드는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예를 들면, 몸을 만지기 전 “만져도 될까요?” “괜찮으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짧은 말들이 서로를 살피고 마음을 여는 창구처럼 느껴져요.

아홉 명의 사람들이 바닥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 앞에는 작은 찻잔들과 양초가 놓여 있다.
7월 3일 ‘윙크 워크숍(가제)을 위한 워크숍’ 중 마무리 순서 ‘나누기’ 장면 사진

김시원: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게 된 건 윤정 때문인데…… 저는 그때 이야기했던 그게 방금 떠올랐는데, 그……

이윤정: ……그?

김시원: 그으……

(손으로 눈을 가리키고 움직이며)

이윤정, 김시원: 계란!

이윤정: 아아, 맞아요. 제가 ‘워크숍 워크숍’ 준비 기간에 계란 두 개를 전자레인지에 껍질째 돌린 적이 있어요. 왜 그랬을까요? 대체! 몇 분 지나지 않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계란이 터졌는데 문을 열고 확인을 하는 순간 남은 계란 하나도 펑! 순간 달걀이 눈에 튀어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지만, 눈꺼풀에 화상을 입었더라고요. 따끔따끔 따따끔.
  눈을 물로 씻고 얼음을 대고 떼고를 반복하다 약을 바르고 일단 잠을 잤어요. 다음 날 아침 안과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너무 다행이에요. 큰일 날 뻔했어요. 가끔 동공이 익는 경우도 있답니다”라고 하셨는데, 순간 아찔했어요. 집에 돌아오는 내내 다리가 후들거리더라고요. 문득 생각했죠. 하느님 부처님이 ‘소중한 눈을 잘 보살펴라 윤정아’하고 주신 경고 혹은 선물 같다고. 계란 사건 덕분에 윙크 워크숍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에요. 재빨리 눈을 감았던 그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어요. 눈을 영원히 감게 된다는 것은 어떤 걸까? 갑자기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김시원: 윙크가 바탕이 되는 움직임 워크숍을 준비하다가 시력을 잃을 뻔한 사고를 겪는 경우는 매우 드물 거예요.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신비하기도 하고…… 그 이상으로 천만다행이에요. 이 역시 방향은 다르지만 안전과 관련된 이야기 같달까요? 아무튼 ‘워크숍 워크숍’을 준비하며 여러 번 만나서 이야기 나눴잖아요. 어느 날 윤정이 윙크와 안전함을 연결해 말했을 때 워크숍 참여자가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함께 몸을 움직이고 접촉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어요. 저는 그 부분을 섬세하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이건 몸/움직임 워크숍이니까요. 다시 말해 내 몸을 다루는 능력과 상관없이 몸을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다른 참여자와 물리적 접촉이 일어나는 시간이자 장소니까, 그건 참여자가 이미 갖춰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꼭 그렇지 않잖아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배우는 자리에 가면 가르치는 사람은 언제나 처음엔 잘 안되니까 일단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말하지만 배우는 사람은 혹시 크게 실수하면 어쩌나부터 내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 우스꽝스러우면 어쩌나까지, 별별 생각이 떠오르면서 위축되잖아요. 저 역시 그런 경험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깜빡한 거죠. 그 점을 윤정이 잘 짚어줘서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 이야기를 통해 비닐봉지 풍선을 이용한 연습을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윤정: 저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몸이 쉽게 움츠러들어요. 낯선 공간에서 움직일 때 특히 긴장을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워크숍 참여자들이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 금방 눈치채려고 하고, 그걸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단 생각을 해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몸으로 함께 있기.
  그게 제가 안전함을 만드는 방법 같아요. 그래서 시원이 제안한 ‘비닐봉지를 사이에 두고 움직이기’가 참 좋았어요. 비닐봉지 풍선을 사이에 두고 소리랑 촉감을 느끼면서, 상대가 원하는 움직임을 따라가는 게 재밌더라고요. 서로 안전한 거리를 두고 몸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서 그런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던 것 같아요.

이윤정과 김시원이 풍선처럼 공기가 들어간 비닐봉지를 둘 사이에 두고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7월 14일 ‘윙크 워크숍(가제)을 위한 워크숍’에서 연습했던 비닐봉지 풍선을 이윤정과 김시원의 사이에 두고 대화 나누는 장면

이윤정: 눈을 ‘마음의 창’ ‘소통’ 뭐 이런 단어들로 표현하잖아요. 근데 솔직히 좀 추상적이죠. 저는 눈을 감고 뜰 때 그 순간에 집중하면 묘하게 매콤함이 느껴져요. 아마도 눈과 코가 연결돼 있어서 서로를 자극해서 그런가? 아니면 얼굴 근육이 풀리면서 부교감 신경이 켜지는 걸까? 아니면 혈관이 확장되나? 열두 쌍의 뇌신경 중 네 개가 눈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중 3, 4, 5, 6번이 눈을 감고, 뜨고, 눈동자를 움직이게 해준대요. 그만큼 ‘본다’는 것에 감각이 엄청 몰려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가요. 세상이 이렇게 보는 것에 집착하는 게.

김시원: 매콤하다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네요. 저는 그런 느낌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왠지 아쉬워요. 조금 전 이야기했듯이 윤정이 저에게 그리고 ‘워크숍 워크숍’에 참여한 친구들에게 가능한 한 천천히 눈을 감고 뜨기를 반복하면서 눈 주변의 근육, 촉감을 느껴보라고 권했을 때, 저는 매콤함은 모르겠고, 눈두덩이의 엄청난 무게를 느꼈어요. 눈은 바깥을 보기 위한 신체 기관이자 통로인 만큼 언제나 눈을 뜬 상태, 눈으로 무언가 보고 있는 상황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 눈이 매 순간 깜빡인다는 걸—이 역시 몸의 운동 중 하나겠지요—떠올려보면 눈 뜬 상태라는 말은 편의상 쓰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윤정: 재밌네요. 눈 뜬 상태. 하루에 보통 2만 번 정도 눈을 뜨고 감는다고 하는데 이것을 0.1초로 계산하면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에 30-35분 정도 눈을 감고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워크숍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눈을 감고 뜨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눈꺼풀이 닫혔다가 떨어지는 순간의 촉감이 낯설게 느껴져 자꾸 해보니, 어느새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어요. 나중엔 명상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어둠을 느끼고 눈꺼풀이 떨어지는 순간을 느끼는 게 점점 더 흥미로워졌어요. 우리의 몸에서 손을 대지 않고 피부끼리 맞닿아 느껴지는 접촉면들은 어디가 있을까? 손가락, 발가락, 겨드랑이, 무릎 뒤 등 너무나 당연해서 느끼지 못했던 부위들이 떠오르며 일상에서 이런 감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움직임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시원과 함께했던 휴지로 얼굴 쓸어내리기, 비닐봉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 기대기, 옷을 벗고 입을 때 피부에 닿는 감각 느끼기 같은 행위들이, 잊고 있던 감각을 새롭게 해줬던 것 같아요. 눈을 감고 뜨는 것을 하나의 새로운 경험처럼 받아들이면서,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는 느낌이 들었어요.
  옷을 벗고 입는 감각은 매일 경험하는 것이지만, 그동안 그 감각을 자세히 느끼거나 주의 깊게 바라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무용수들과 함께 옷을 입고 벗는 행위를 해보면서, 그 움직임이 마치 눈을 감았다가 뜨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눈을 감고 뜨는 것이 삶과 죽음을 떠올리게 하듯, 옷을 벗고 입는 것도 어쩌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또, 각자가 가진 최고의 섬세한 움직임의 기술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어요. 서로의 몸을 직접 바라보지 않기 위해 뒷모습을 유지한 채 옷을 입고 벗었는데, 그 뒷모습이 마치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함께 긴 시간을 보내며, 이렇게 아름다운 움직임을 본 적이 있었나 싶었어요. 그리고 누구도 같은 방법으로 옷을 입고 벗지 않더라고요. 모두 다 달라서 그 순간들은 더 특별하고 아름다웠어요.

이윤정, 〈온오프〉, 2025

김시원: 사람마다 다른 것으로 아는데 저는 왼쪽 눈으로만 윙크해요. 오른쪽 눈으로는 윙크가 안 되거든요. 한쪽은 감고 한쪽은 뜬 상태가 윙크이기도 하니까 왼쪽 눈으로만 윙크한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네요. 왼쪽 눈만 감을 순 있는데 오른쪽 눈만 감는 건…… (오른쪽 눈만 감으려고 이리저리 인상을 쓰다가) 역시 안 감겨요. 내 몸의 매우 작은 부분이고 몸이 불편하지도 않은데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에 놀라곤 해요.
  ‘워크숍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윙크 연습을 꽤 했는데 어려웠어요. 제 얼굴을 거울로 계속 봐야 하는 민망함을 떠나서 잘 안되더라고요. 눈 주위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한쪽 눈만 감고 뜨더라도 그 동작이 ‘윙크’처럼 느껴지지 않았달까요? 생각해보면 윙크는 상대를 보며 무언가 전하기 위해 눈을 깜빡이는 건데 거울에 비친 저에게 윙크 연습을 할 때는 아무런 메시지를 전하지 않은 채, 안 되는 움직임을 되게 하기 위한 일종의 눈 주변 근육 움직이기 연습만 했던 것 같아요. 왼쪽 눈을 깜빡일 때조차 윙크한다는 느낌보다 눈을 감았다 뜬다는 느낌이었어요.

이윤정: 윙크는 몸과 마음을 순식간에 춤추게 하는 강렬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원과는 다르게 오른눈 윙크가 더 잘 돼요. 왼쪽 눈 주변부터 턱, 두피까지 쓱쓱 마사지하고 나면 왼쪽 눈도 오른쪽만큼 잘 돼요. 춤추기 전에 항상 발 마사지를 하는데 양발을 잘 풀어주면 체중이 골고루 펴져 움직이기가 훨씬 편하거든요. 그런 거랑 좀 비슷한 느낌.

이윤정: 저는 이 강렬한 윙크를 움직임 워크숍 할 때마다 어딘가 한구석에 꼭 쓰게 돼요. 참여자들의 몸과 마음이 조금씩 유연해질 때쯤, 기습적으로 윙크를 안내하곤 하거든요. 특별한 의도 없이 안전한 워크숍 안에서 윙크하게 되면 참여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눈빛을 교환해요. 어떤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어떤 사람은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어떤 사람은 얼굴이 빨개져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여기저기서 부끄럽게 용기내는 소리들이 들려요.
  올해 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움직임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그때 한 참여자가 ‘낭만이 있는 워크숍이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왜일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윙크했던 그 순간 때문이었을까? 불필요한 선입견이나 감정 없이 몸과 몸이 만나는 순간 때문이었을까? 누군가를 의도 없이 순수하게 만나는 순간, 그게 낭만적이었을까?

윙크 연습(이윤정, 김시원)

이윤정: 지금이야 그런 사람들이 많진 않지만, 가끔 불쾌한 의도가 숨겨진 윙크를 받곤 했어요. 그럴 때면 순식간에 몸이 굳고, 그냥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제 기억에 1990년대 초부터 말까지는 윙크로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하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몸에 대한 인식이 점점 확장되면서 윙크도 조심해야 하는 행동에 포함됐던 것 같아요. 몸을 존중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건 정말 다행이지만 낭만이 조금씩 사라진 건 아쉽죠. 윙크 전성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1950-70년대 매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제임스 딘, 톰과 제리, 미키마우스 등이 보여줬던 장난기 어린 모습들이 생각나요. 물론 그 윙크 뒤에는 자본의 논리들이 숨어 있기도 했겠죠?

김시원: 그러고 보면 저는 그런 무례한 윙크를 받은 적이 없네요. 아무래도 성별에 따른 차이겠지요? 물론 무례하지 않은 윙크를 받은 적도 없긴 해요……

이윤정: 처음 윙크에 대해 생각했을 때, 지금처럼 서로 눈을 마주하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 조금 더 다정하게, 서로 부담 없이 눈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눈이 잠시 쉴 수 있는, 의도를 읽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상태를 서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백 마디의 말보다는 따뜻한 눈빛 하나를 주고받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그 따뜻한 눈빛이, 제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김시원: 눈빛을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연극 연출가 무라카와 타쿠야의 〈차이트게버〉(Zeitgeber)가 생각났어요.3) 이 연극에서 한 사람의 깜빡이는 눈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꽉 붙잡고 있던 기억이 나요.

이윤정이 그린 윙크 움직임의 스코어. 두 눈 감기, 두 눈 뜨기, 오른쪽 윙크, 왼쪽 윙크, 흘러내리기, 멈추기, 돌기, 천천히, 박수치기, 서있기, 사선 위로, 사선 아래로, 눕기, 점프 등의 움직임이 간단한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이윤정, 윙크 움직임 스코어, 2025

윙크 게임 14)


  1. 두 명의 참여자가 한 조가 되어 진행한다.
  2. 안내자는 몇 가지 윙크 방법과 각 윙크에 따른 동작을 참여자에게 알려준다.
    (아래 세 가지 예시 참고)
    • 윙크를 한 번 하면 윙크를 받은 사람이 한 바퀴 돈다.
    • 윙크를 두 번 연속으로 하면 윙크를 받은 사람이 손뼉을 친다.
    • 눈을 크게 찡그려 윙크를 깊고 진하게 하면 윙크를 받은 사람이 바닥에 누웠다가 일어난다.
  3. 참여자는 자신의 짝지와 윙크를 주고받으며 안내자가 제안한 방식대로 몸을 움직인다.
    • 윙크를 주고받는 순서는 정하지 않고 참여자 간 눈빛과 움직임을 보며 윙크를 주거나 윙크를 받기 위해 기다린다.
  4. 윙크 게임 진행 중 짝을 바꿀 수 있다. (시간에 따라 횟수 조절 가능하며 한 번 이상 바꾼다)

안내자


  1. 윙크를 줄 것인지 받을 것인지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움직이는 윙크 이전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2. 어떤 자세와 움직임 속에서 윙크를 보내고 윙크에 반응할 수 있는지 여러 상황과 다양한 예시를 제안한다. (아래 몇 가지 예시 참고)
    • 윙크를 주고받기 위해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사이, 공간을 만들고 조정할 것인가.
    • 윙크를 주고받는 시간 간격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 어떤 몸짓과 함께 윙크를 보낼 것인가. 가만히 서서 윙크를 보내는 것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 어떤 몸짓과 함께 윙크에 반응할 것인가.
      • 정자세로 손뼉을 치는 것과 특정 몸짓과 함께 손뼉 치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기.
      • 자리에서 한 바퀴 돌 때 (회전하는) 축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회전하는 몸의 위치와 모양, 방식들을 생각해보기.
      • 모양과 속도를 생각하며 앉고 눕고 일어나기.
    • 안내자는 위 제시된 예시와 다른 방식을 고안하고 제안할 수 있다.
김시원: 윙크도 말과 글을 쓰지 않는 대화 방식 중 하나잖아요. 윙크의 형식, 형식이란 표현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윙크를 보내고 받을 때 윙크에 실린 메시지가 눈으로 출발해서 눈으로 도착하는데, 이때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물리적 접촉 없이 전달되는 점이 흥미로워요. 예를 들어 지금 제 말은 제 입에서 윤정의 귀로 가지요. 예전에 만났을 때 윤정이 저보다 약속 장소에 먼저 와있었고 제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팔을 번쩍 들어 흔들었죠. 그때 윤정의 몸짓은 제 눈으로 들어와요. 입에서 귀로. 팔에서 눈으로. 대화가 출발하는 곳과 도착하는 곳이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윙크는—눈에서 눈으로—다르지 않죠. 물론 몸과 몸의 접촉에서 윙크 같은 또 다른 예를 여럿 떠올려볼 수 있어요. 악수하는 두 사람의 손이나 키스하는 두 사람의 혀 같이요. 그렇지만 방금 든 예는 물리적 접촉이 있어야 하는데 윙크는 그마저도 없어요. 오히려 윙크를 주고받는 두 사람 사이의 시선이 교환될 수 있도록 비어 있어야 해요(물론 우리는 유리처럼 물리적으로는 차단되어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열려 있는 매개체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요). 게다가 윙크는 빠르죠, 엄청. 앞서 윤정이 불쾌한 의도가 담긴 윙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그 윙크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상대의 눈으로 들어가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이겠죠.

이윤정: 눈에서 눈으로 오가는 특별한 신호네요. 윙크! 어쩌면 눈을 둘러싼 모든 것을 포함하는 신호 같기도 해요. 눈치가 빠르면 빨리 알아차리지 않을까요? 감각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더 빨리! 예전에 비밀스럽게 윙크를 날린 적이 있는데 상대가 눈치를 못 채서 주변 사람들한테 다 들통난 적이 있어요. 아주 난감했습니다.
  스티븐 호킹이 루게릭병으로 모든 근육이 멈춘 상태에서도 눈 근처의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세상과 소통했던 게 떠올라요. 윙크와는 다른 움직임이지만 그에게는 삶을 이어가는 유일한 통로였겠죠. 말 대신 눈으로 세상과 대화했던 엄청나게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우주와 연결되었던 커다란 움직임!

이윤정: 얼마 전, 강화도에 있는 아차도라는 섬에서 여성 어부님들을 위한 움직임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스무 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작은 섬이에요. 박유미 작가님께서 이미 그 섬에서 십 년 넘게 여성 어부님들과 작업을 하셨더라고요. 운 좋게 유미 작가님의 초대로 소중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어요. 참여하신 분들은 70대에서 90대 사이의 여성분들이셨고, 동그랗게 앉아 서로의 이름을 말하고 옆 사람에게 눈빛을 전달하면서 워크숍을 시작했죠. 몸의 긴장감이 풀릴 즈음 윙크로 신호를 주고받는 게임을 했는데 다들 너무 환하게, 하하호호 웃으면서 즐기셨어요. 하하호호! 하는 순간을 지나 말이 없어지는 순간을 지나, 웃음소리도 사라지는 순간을 지나 잠시 고요히 머물렀다 서로의 몸에게 하는 악수를 하고, 마지막으로 허그를 했어요. 허그를 하는 순간에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어요. 수십 년 동안 쌓여온 많은 굴곡, 그 겹겹의 시간 속에서 찰나처럼 스쳐 간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윙크하는 어르신들의 눈가 주름이 유독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이윤정, 김시원

사회와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몸이 가진 잠재력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약한 존재들이 공명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안무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윤정)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즐거워 하고 보고 듣고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게임을 조금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가끔 미술을 합니다. (김시원)

막연하게 서로의 눈을 마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로의 눈을 마주하면 분명히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날 것 같았어요. 시원 작가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아주 작은 움직임이지만 몸과 마음을 단번에 바꾸는 강력한 힘을 지닌 윙크가 어떻게 우리를 안내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타인의 눈을 통해 나의 상태를 바라보는 과정은 결국 나를 둘러싼 세상과 주변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 많은 의도와 해석 없이, 그저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생각지도 못했던, 저 멀리 있는 나와 너를 만나게 되는 그 순간. 조금 낭만적으로.’ (이윤정)

"자신이 추지 않은/출 수 없는 춤을 교육할 수 있을까?" 이 흥미로운 문장은 《춤웹진》 191호에 실린 이세승 안무가의 글(바로가기)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질문에 가능하다/불가능하다로 답하는 건 함정에 빠지는 일 같아요.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에게 어느 위치에서 자신이 알려 주고자 하는 무엇을 어떻게 전할까?"로 빙그르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년 전 요리를 (지금도) 잘 못하는 제가 요리 워크숍을 꾸리고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움직임 워크숍입니다. 몇 회 단위로 진행하는 여러 움직임 워크숍의 참여자이자 고등 과정으로써의 현대 무용을 배운 경험이 없는 저에게 이 시간은 괴롭게 즐거웠던 배움의 과정이기도 했는데 실은 이윤정 안무가에게 의지하며 뒤뚱뒤뚱 움직였답니다. 세상에나 윙크를 이렇게 많이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요. (김시원)

2025/09/17
75호

1
김신재는 큐레이터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시각예술이 영화 및 공연과 교차하는 영역에서 대화와 맥락을 만드는 일에 동행하며 2024-2025년 웹진 《비유》의 ‘연계/확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윙크 워크숍(가제)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한 이윤정, 김시원은 갈무리를 준비하며 김신재 큐레이터에게 두 사람의 대화가 풍성해질 수 있도록 간섭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부탁했고, 7월 15일 우란문화재단 연습실에서 진행한 대화 및 촬영에 기꺼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2
이 자리를 빌려 2025년 7월 3일 ‘윙크 워크숍(가제)을 위한 워크숍’에 참여한 고바다, 권소현, 무르골, 박서영, 서로, 신대현, 최은재 님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3
음, 연극에 관해 짧게 설명하자면…… 무대는 텅 비어 있고 연출가인 무라카와 타쿠야가 무대 바로 아래에서 당일 연극에 참여할 관객을 찾아요. 손을 번쩍 들어 연극에 참여한 관객은 무대 한가운데 누워서 그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며 오직 눈만 깜빡일 수 있다는 연출가의 지시를 받지요. 참여자가 무대 위에 그렇게 누워 있으면 무대 뒤편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 빈 무대에서 노크하고 문 여는 연기를 하는데—연극의 시작을 이 장면부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연출가가 관객을 찾는 과정부터라고 생각해요—일종의 팬터마임이죠. 그리고 누워 있는 참여자이자 배우가 된 관객에게 이리저리 말을 걸고 여러 행동을 하다가 다시 문을 닫고 나가면서 연극이 끝나요. 참여자/배우/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장인물 역시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전신 마비 환자를 돕는 간병인인데, 이 배우/간병인은 자신이 실제 간병할 때 하는 여러 돌봄을 참여자/배우/관객에게 합니다. 배우/간병인이 이것저것 묻고 참여자/배우/관객은 눈을 깜빡이며 답하면서 말이죠.
4
‘윙크 게임 1’은 7월 3일 ‘윙크 워크숍(가제)을 위한 워크숍’에서 진행한 열 가지 과정 중 일곱 번째 과정으로, 윙크에 담긴 메시지를 괄호 안에 넣고 참여자가 신호와 반응을 주고받으며 동작으로써 윙크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과정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