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학
적
할머니는 여덟 살에 전쟁을 겪었다고 했다
전쟁에 대해 말한 사람은 오직 할머니뿐이다
할머니의 언니는 전쟁중에 죽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전쟁이 적이라고 했다
나에겐 적이 많다
매일 똑같지는 않지만 매일 적이 있다
애들 눈치 보며 말하지만 말 안 통하는 선생님
수업 시간에 내 옆구리를 툭툭 치는 짝꿍(이라고 부르기도 싫다)
짜증 내면서 나를 쳐다보는 경비 할아버지
나를 보고 왈왈 짖는 바보 멍청이 강아지
갑자기 내 눈앞에 훅 나타나서 놀래키는 거미
모두 내 적이다
언젠가는 복수할 것이다
내 적이지만 어떤 날은 내 편이기도 하다
내 눈을 보며 웃는 선생님(짝꿍은 보지 않았다는 사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아무 말 없이 줍는 경비 할아버지
꼬리를 흔들며 내 다리에 털을 비비는 강아지
내 눈치를 보며 슬며시 사라지는 거미도, 새도,
그러니까 매일매일 적은 아니라는 사실
내가 생각하는 적과 할머니가 생각하는 적이
엄청 다르고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지지만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에서 아이가 죽은 것을 봤다
전쟁이 중단됐지만 전쟁중이라고 한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그 아이의 적은 누구였을까
나와 같은 나이였던 그 아이는
어른들은 평화를 위해 전쟁중이라고 한다
전쟁에 대해 말한 사람은 오직 할머니뿐이다
할머니의 언니는 전쟁중에 죽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전쟁이 적이라고 했다
나에겐 적이 많다
매일 똑같지는 않지만 매일 적이 있다
애들 눈치 보며 말하지만 말 안 통하는 선생님
수업 시간에 내 옆구리를 툭툭 치는 짝꿍(이라고 부르기도 싫다)
짜증 내면서 나를 쳐다보는 경비 할아버지
나를 보고 왈왈 짖는 바보 멍청이 강아지
갑자기 내 눈앞에 훅 나타나서 놀래키는 거미
모두 내 적이다
언젠가는 복수할 것이다
내 적이지만 어떤 날은 내 편이기도 하다
내 눈을 보며 웃는 선생님(짝꿍은 보지 않았다는 사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아무 말 없이 줍는 경비 할아버지
꼬리를 흔들며 내 다리에 털을 비비는 강아지
내 눈치를 보며 슬며시 사라지는 거미도, 새도,
그러니까 매일매일 적은 아니라는 사실
내가 생각하는 적과 할머니가 생각하는 적이
엄청 다르고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지지만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에서 아이가 죽은 것을 봤다
전쟁이 중단됐지만 전쟁중이라고 한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그 아이의 적은 누구였을까
나와 같은 나이였던 그 아이는
어른들은 평화를 위해 전쟁중이라고 한다
유현아
시집으로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 『슬픔은 겨우 손톱만큼의 조각』, 우정시집 『우리는 서로를 펼치고』, 청소년시집으로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이 있다. 제21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 문화기획자이며 낭독에 관심이 많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가까운 곳에까지 적들이 늘어난다. 과연 진정한 적은 무엇일까. 팔레스타인에 사는 고양이와 사람에 관한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다.
2026/11/04
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