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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먹던 빵의 반을 주면
  그렇게 그걸로 살고
  밤이 오면 말없이 죽어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또 얼굴에 바람을 맞고
  되살아나고
  걸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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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메바였을 때
  너는 가까웠지

  말 없는 너를
  내 목소리로 착각하곤 했어
  녹색의 불이 개화하는 걸 질식으로
  일렁이는 걸 병으로
  무너지는 걸 빛으로

  너를 보는 연습이었는데
  왜 여기엔 하늘만 남았을까

  눈을 힘차게 감았다가 뜨면서
  파란 하늘을 보면
  바쁜 백혈구들의 헤엄이 보여
  전생이 보이듯이

  눈을 만들고 그 안에 갇혀버린
  마음 이전의 것들이

  내가 아메바였다면
  눈을 만들 텐데

  너를 밖이라고
  창문이라고
  빛이라고
  방향이라고
  시간이 느린
  이파리가 드문
  말라 죽은 몸이 뒹굴기 좋은 곳이라고
  그렇게 알 텐데

  수억 년이 걸리더라도
  나를 반으로 나누고
  없어진 반쪽을
  너라고 부르는 연습을 해볼 텐데

  가장 아름다울 때 사라져줘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나중이 아니라 지금
  너를 감싼 막을 열어줘
  나의 바깥이 되어줘
  그럼 나는 없을게

  돌려받지 않아도 되는 생을 줄게

박술

2012년 《시와반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오토파일럿』이 있다.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을 독일어로 번역했다. 독일 힐데스하임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절반으로 나누어진 것들이 주는 생명을 생각했다. 무언가의 반쪽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의 무게도 절반이 되는 것 같았다. 반의반, 또 그 반의반, 또 반의반의 반……

2025/11/19
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