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 형형색색의 산호와 물고기, 거북이와 해마가 헤엄친다. 멀리 궁전처럼 보이는 둥근 지붕의 건물이 보인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남쪽 바다 끝에는 뱃사람들도 모르는 섬 하나가 있어. 짙은 바다 안개와 함께 요사스러운 기운으로 모습을 꽁꽁 감춰왔지. 그런데 사람이 없는 무인도라고 해서 아무도 안 사는 건 아니야.
  이곳에는 숲도깨비들이 살아. 숲도깨비들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만 있어도 어디든 터를 잡을 수 있어. 그리고 숲도깨비왕은 순식간에 울창한 숲을 만드는 힘이 있지. 수많은 도깨비 중에서도 숲도깨비들은 내기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진심이야. 상대를 이겨 먹으려는 집요한 마음이 무시무시하거든. 게다가 사람 모습과 별다르지 않지만 생김새는 제각각이야. 어떤 도깨비는 나무꾼처럼, 어떤 도깨비는 산적처럼, 어떤 도깨비는 선비처럼 생겼거든.
  일 년 중 동짓날이 되면, 딱 하루 동안 섬의 안개가 싹 걷히는데 이날은 떠들썩한 잔치가 열려. 내기를 좋아하는 숲도깨비들이 섬 바깥에 있는 손님을 초대해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야.

*

“아, 언제 오는 거야?”
  달빛 아래, 어린 숲도깨비인 요요가 선착장의 같은 자리를 빙빙 돌며 투덜댔어. 자신의 도깨비방망이를 바닥에 툭툭 찧으면서 말이야. 작고 뽀얀 얼굴, 말할 때마다 덧니가 살짝 보이는 요요는 이 섬을 다스리는 숲도깨비왕의 하나뿐인 아들이야. 내기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매번 이런저런 사고를 치는 말썽꾸러기지. 불평불만도 많고 고집은 또 얼마나 센지 모두 혀를 내두를 지경이야.
  그때, 멀리서 통통배가 둥둥 나타났어. 요요는 일 년 만에 찾아온 친구를 향해 손을 번쩍 흔들며 외쳤지.
  “소별!”
  비단옷을 차려입은 어린 자라가 통통배에서 내렸어. 35대 별주부의 아들인 소별은 작년 동짓날에 용왕의 심부름으로 이곳을 처음 왔어.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도깨비 거울로 야구 경기를 보고 있던 요요와 어느 팀이 이기는지 내기하다 금세 친해졌고.
  알고 보니 소별은 용궁 야구단에서 투수를 맡고 있지 뭐야?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요요에게 야구로 다시 내기하자고 약속했어.
  오늘이 바로 그날이지.
  “요요. 오랜만이야!”
  “소별. 왜 이리 늦었어! 내기하기로 한 거 잊었어?”
  “미안. 용궁에서 야구 연습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흥. 나도 그동안 야구 경기 많이 봤거든? 어느 팀이 이기는지 눈 감고도 맞힐 수 있다고!”
  요요가 도깨비방망이를 내려놓고 도깨비 거울을 꺼냈어.
  “요요. 작년과 똑같은 내기를 하려고?”
  “설마 작년에 나한테 졌다고 하기 싫은 거야?”
  “그건 아닌데. 오랜만에 만났는데 새로운 게 좋지 않을까?”
  “새로운 거?”
  소별의 눈에 요요의 도깨비방망이가 보였어. 야구방망이처럼 생긴 도깨비방망이 말이야.
  “요요.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해보는 건 어때?”
  “뭐? 야구를?”
  “응. 내가 열 번 던진 공을 네가 한 번이라도 친다면 네가 이기는 거지.”
  “흥. 넌 연습도 많이 해봤겠지만 난 처음인데? 불리해.”
  요요는 단번에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 그러자 소별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지.
  “요요. 그러니까 열 번 중에 딱 한 번만 치면 된다니까? 흠. 역시 네게 이런 내기는 무리려나?”
  그 말에 요요가 팔짱을 푼 채 발끈했어. 내기에 죽고 못 사는 요요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소리였거든.
  “하. 불리하다고 했지, 누가 안 한대? 난 이제껏 걸어오는 내기에 한 번도 내뺀 적 없거든!”
  요요가 버럭 소리치자, 소별이 통 큰 소매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며 슬며시 웃었어. 내기라는 게 상대방이 흥분하면 질 확률이 높은 법이거든. 소별은 작년과 달리 올해는 자신이 이길 것 같았어. 연습을 엄청 열심히 한 덕분에 자신감이 가득했지. 곧장 반대쪽 소매에서 묵직한 꾸러미를 꺼냈어. 꾸러미 안에는 작은 야구공만 한 진주가 잔뜩 있었지.
  “이게 야구공 대신이야. 내가 던지면 네가 도깨비방망이로 받아치는 거지.”
  “도깨비방망이로 치는 건 처음인데 연습해보면 안 돼?”
  요요가 슬쩍 묻자 소별은 진주를 높이 던졌다 받았다 하며 흔쾌히 대답했어.
  “좋아! 연습 끝나면 바로 시합하는 거다?”
  요요는 소별의 자신감 어린 목소리에 덩달아 코웃음 치며 말했어.
  “흥, 그래! 그런데 넌 이 내기에서 뭘 내놓을 건데? 참고로 난 진주는 됐어.”
  요요가 작년에 소별과 한 내기에서 얻은 게 진주였거든. 소별은 진주 꾸러미를 만지작거리며 고민했어.
  “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지면 작년에 받은 용왕님 소원 쿠폰을 줄게.”
  “애걔, 소원 쿠폰? 내가 용궁 가서 소원 빌 일이 뭐 있다고.”
  요요는 도깨비방망이를 휘휘 돌리며 투덜댔어.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꾸만 입꼬리가 씰룩였지. 소별이 새롭게 제안한 내기에 점점 호기심이 생긴 게 분명했어.
  ‘마치 영상 속 야구선수가 된 것 같잖아?’
  그때, 소별의 눈꼬리가 축 처진 채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어.
  “용왕님의 소원 쿠폰이 얼마나 귀한 건데. 보물과도 바꿀 수 없는걸.”
  요요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어.
  “뭐. 정 그렇다면 알았어. 그럼 나도 소원 쿠폰으로 걸게!”
  “요요. 그 말은…… 너한테 소원을 빌면 네가 이루어준다고?”
  소별은 기가 찬 듯 되물었어. 하지만 요요는 자신의 은빛 도깨비방망이를 빙빙 돌리며 자신 있게 외쳤지.
  “내 도깨비방망이만 있으면 소원은 거뜬하지!”

길고 평평한 선착장에서 요요와 소별의 내기 시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
  “요요. 미리 말해두는데 내가 좀 잘 던져. 용궁에서 나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없을 거라고.”
  소별은 육지와 달리 바닷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빠른지, 주절주절 떠들었어. 하지만 요요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지.
  “흥. 뭐래. 난 방망이로 하는 건 뭐든지 잘하거든? 안 해봐서 그렇지. 하면 다 잘해!”
  “좋아. 그럼 시작한다? 후~웁!”
  소별이 숨을 고르더니 손에 쥔 진주를 던지기 위해 한쪽 다리를 들었어. 요요 역시 두 눈은 진주를 좇았고, 두 손은 도깨비방망이를 고쳐 잡았지.
  “바다에 진주를 퐁당 빠트려줄 테다!”
  요요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별이 있는 온 힘을 다해 진주를 던졌어.
  쌔―액.
  굳세게 잡은 도깨비방망이는 무엇 하나 맞추지 못한 채 헛돌았어. 등뒤로 진주가 바닥에 툭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들렸지.
  요요는 시간이 멈춘 듯 방망이를 휘둘렀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어.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뗐지.
  “뭐, 뭐야? 아까 연습 때랑 다르잖아.”
  “훗. 물론이지. 그래서 미리 말했잖아. 나 빠르게 잘 던진다고.”
  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도깨비방망이를 고쳐 잡았어. 몇 번을 해도 결과는 똑같았지. 어느덧 남은 기회는 단 두 번.
  “하. 잠깐 기다려. 나 집중해야 하니까.”
  요요가 심호흡을 짧게 하더니 두 눈을 꾹 감았어. 그리고 다시 뜨는 순간, 눈 주변에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 두 눈동자가 아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재빠르게 움직였어. 무엇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야. 그 모습에 소별은 새삼 요요가 도깨비라는 것을 깨달았어.
  “요요. 이제 준비됐지? 자, 간다!”
  “흥, 이번에야말로 치고 말 테다!”
  요요는 소별이 던지려는 진주를 집중해서 바라봤어. 그리고 아까처럼 당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함께였지. 내기에 이기고 싶은 집념이 얼마나 큰지 도깨비방망이를 잡은 두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어.
  ‘제발 맞혀. 딱 한 번만 맞히면 된다고.’
  요요의 간절한 바람이 도깨비방망이에 가닿기라도 한 걸까?
  깡―.
  요요의 바람대로 도깨비방망이에 진주가 깡 소리를 내며 부딪혔어. 뒤이어 들리는 소리만 아니었다면…… 요요는 이겼다며 크게 웃었을 텐데 말이야.
  퐁―당.
  “……?”
  무언가가 진주보다 빠르게 날아 바닷속으로 빠져버렸어. 그 모습에 요요도, 소별도 멍하니 있지 뭐야? 요요의 표정이 점점 울상으로 변했어. 아까 전만 해도 세차게 날아오는 진주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봐 놓고선 말이야.
  “마, 말도 안 돼.”
  요요는 자신의 허전한 두 손이 믿기지 않았어. 손이 덜덜 떨렸지. 진주의 움직임을 따라 힘껏 올려 치다가 손힘이 탁 풀릴 줄 누가 알았을까. 그것도 방망이와 진주가 서로 부딪히며 진동하는 감각에 지레 놀라서 말이야. 반대편에서 요요와 똑같이 굳어 있던 소별이 어기적거리며 걸어왔어.
  “요요. 너……”
  “으, 으아악! 내 방망이!”
  요요는 눈물을 빵 터뜨리며 주저앉았어.

*

한창 축제 분위기로 섬 한가운데는 시끌벅적했어. 하지만 이곳 선착장은 고요하기만 했지.
  “요요…… 너 집에 안 가? 아니면 축제 구경이라도 할까?”
  “……”
  요요는 풀이 잔뜩 죽은 채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봤어. 그러다 선착장 땅바닥에 풀썩 드러눕더니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지.
  “이제 어떡하지. 아빠가 알면……, 아니 다른 도깨비가 알아도 망신인데.”
  도깨비가 도깨비방망이를 잃어버린 건 다른 어떤 일보다 비웃을 일이야. 도깨비 세계에서 오랫동안 놀림감이 되고 말거든. 요요도 예전에 어떤 도깨비 가족이 혹부리 영감에게 도깨비방망이를 빼앗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어찌나 웃었던지.
  그때, 바닥에 누운 요요에게 소별이 불쑥 손을 내밀었어.
  “요요.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같이 가서 말하면 어때? 방망이 잃어버려서 혼나거나 비웃음당해도 혼자보단 둘이 낫지!”
  요요는 얼결에 소별의 손을 잡고서 몸을 일으켰어. 그리고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지.
  “같이 간다고? 우리……, 아빠 무섭다고 했잖아.”
  숲도깨비왕은 몸집이 어마어마해. 다 자란 도깨비의 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얹은 것 같았지. 게다가 솥뚜껑만 한 손과 다부진 체격은 언제 봐도 놀라울 정도야.
  “아이참. 첫인상만 그랬다고. 그리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
  요요는 소별의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어. 이제껏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거든. 그동안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벌을 받는 건 당연하고 익숙했어. 게다가 벌을 다 받았으니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지. 소별의 말처럼 해결하거나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못했어.
  ‘도깨비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게 도깨비방망이야. 이걸 구할 수 있다면……?’
  그때, 요요의 머릿속이 번뜩였어.
  “좋은 방법이 있어! 소별, 여기서 잠깐 기다려줘. 금방 올게.”
  “뭐? 무슨 방법인데? 요요!”
  요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집으로 가 충전해둔 도깨비폰을 챙겼어.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면서 도깨비 중고 거래 사이트인 ‘보물 마켓’에 들어가 짧은 글 하나를 재빠르게 올렸지. 요요가 올린 글로 섬이 발칵 뒤집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제목: 도깨비방망이 구합니다!
작성자: 요요
조회수: 49

메밀묵보다 메밀붕어빵이 대세인 요즘 시대에 안 쓰는 도깨비방망이가 있다면 제게 쪽지 남겨주세요.

“훗! 내가 생각한 해결 방법인데 어때?”
  요요는 소별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어. 하지만 소별은 이마를 탁 짚었지.
  “요요. 네가 생각한 방법이 이거였어?”
  그 순간, 고요했던 선착장이 시끌벅적해졌어. 요요가 뒤를 돌아보니 덩치 큰 그림자와 함께 숲도깨비왕이 우뚝 서 있었지.
  “아빠……?”
  숲도깨비왕은 아무런 말도 없이 요요의 손에 쥔 도깨비폰을 지그시 쳐다봤어.
  요요는 자신도 모르게 도깨비폰을 뒤로 감췄어. 혼나기 직전의 분위기를 읽고 말았거든.
  그때, 소별이 숲도깨비왕 앞으로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다가갔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소별은 차분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어. 숲도깨비왕은 턱을 문지르며 소별을 쳐다봤지.
  “흐음. 그러니까 야구 내기하다가 도깨비방망이가 바다에 빠졌단 말이냐? 그리고 해결해보려고 글까지 올렸고?”
  “네……”
  “한데 요요가 한 일인데 왜 자네가 대신 나서는 겐가?”
  숲도깨비왕의 매서운 눈빛에 소별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어.
  “제, 제가 요요에게 제안한 내기니까요. 그러니까 제게도 책임이 있어요. 내 소중한 친구 일이기도 하고요.”
  “소별……”
  요요는 소별의 말에 눈물을 글썽였어. 소별은 요요를 향해 살짝 웃어 보였지. 그 둘을 바라보는 숲도깨비왕의 눈빛이 아주 잠깐 부드러워졌어.
  “흠. 요요. 도깨비방망이를 사고파는 건 불법이다. 그건 알고 한 게냐?”
  “아, 아니요! 전 몰랐어요. 진짜예요. 아빠.”
  숲도깨비왕의 말에 요요는 깜짝 놀랐어. 당장 자신이 쓴 글도 삭제했지.
  “그럼 네 방망이를 되찾을 방법은 있느냐?”
  “아직이요. 생각 중이에요.”
  그때, 소별이 큰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요요에게 슥 내밀었어.
  “자, 이거 가져.”
  “이건 용왕님 소원 쿠폰이잖아? 날 준다고?”
  “그래. 네가 내 공을 멋지게 쳐냈으니까 네가 이긴 거지.”
  요요가 얼결에 쿠폰을 건네받더니 진심으로 미안해했어.
  “소별. 그때 그렇게 말해서 미안해.”
  “어? 뭐가?”
  “네게 소중한 쿠폰인데 내가 용궁에서 쓸 일이 뭐 있냐고 투덜댔잖아.”
  “아하, 괜찮아! 그땐 나도 야구로 질 리 없다고 생각하고 걸었거든. 결과는 또 졌지만 말이야. 하하. 이기려는 그 집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헤헤. 내가 대단하다고? 그런 말 처음 들어서 좀 쑥스럽네.”
  그 둘을 잠자코 지켜보던 숲도깨비왕이 요요에게 말했어.
  “요요. 바다의 일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그러니 내려가서 네 손으로 다시 찾아오거라.”
  숲도깨비왕의 말에 요요의 용궁행이 순식간에 결정되었어.
  “아빠! 나 방망이 꼭 찾아올게!”

*

“와, 너 진짜 빠르구나?”
  소별이 바닷속에서 빠르다고 했던 말은 진짜였어. 어느새 요요는 소별의 등에 딱 붙어 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록달록한 산호초와 하늘하늘한 거대 말미잘, 유리알 같은 자갈이 놓인 길이 한눈에 펼쳐졌어.
  ‘바닷속에도 숲이 있다니!’
  게다가 저 멀리 중앙에는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용궁이 떡 하니 있지 뭐야?
  요요는 바닷속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어. 소별을 따라 용궁 입구를 지키고 있는 해마 문지기와 눈인사까지 나누었지.
  용궁의 커다란 문이 열리고 요요는 소별을 따라 용궁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어.
  커다란 홀에 높다란 의자에 홀로 앉은 용왕이 소별과 요요를 알은체했지.
  “호오. 육지에서 귀한 손님을 데려왔구먼.”
  소별과 요요는 꾸벅 인사를 하며 이곳에 온 이유와 그간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설명했어. 용왕은 요요가 내민 소원 쿠폰을 보더니 호탕하게 웃었지.
  “와하하. 소별이 자기 걸 내줄 녀석이 아닌데.”
  “용왕님.”
  “흠흠.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소원을 들어주고말고. 다만 바다는 무척 넓으니 시간이 좀 걸릴 걸세. 잠시 여기 머물다 도깨비방망이를 찾으면 올라가게.”
  요요의 표정이 단번에 환해졌어.
  “용왕님, 감사합니다! 고마워, 소별!”

그로부터 사흘 뒤, 요요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깨비방망이를 품에 안게 되었어. 소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몰라. 섬을 벗어나 바닷속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있었지만 다양한 걸 보고 느낄 수 있었어.
  먼 훗날, 요요가 새로운 곳에서 모험할 날이 오지 않을까?

박보영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어린이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에게 마음속 작은 울림과 웃음을 주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호호당 산냥이』로 대상을 받았고, 『사과 세탁소 1: 못 말리는 첫 직원』을 썼습니다.

맛동산 먹다가 도깨비방망이 떠올렸고, 야구 보다가 공을 도깨비방망이로 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이야기가 뚝딱 나오게 되었습니다.

2025/11/19
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