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



   저녁 먹으러 나와 하고 방문을 열었을 때
   늘 그렇듯
   아빠는 티비를 보고 있었다
   만 마리 뱀을 키우는 농장 주인이 뱀의 식사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뱀이 흰쥐를 잡아먹는 방법은 두 가지예요 목덜미를 물어 독을 퍼트린 다음 먹거나 감아서 질식시킨 다음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어서 실제 장면이 나왔다
   흰쥐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약간의 발버둥은 그저 신경 반응의 일종으로
   이해했다
   아빠는 안경을 쓴 채 졸고 있었다
   저녁 먹자 흔들어 깨울 수도 있었지만
   조심히 안경을 벗겨주었다
   불도 끄고 티비도 끄려는데
   뱀이 흰쥐를 소화시키는 데는 약 15일이 걸립니다
   그동안 뱀은 움직이지 못하죠
   온몸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자신이 먹힌 그 자리에서 뱀을 붙들고
   견디는 흰쥐의 시간이 실제로
   이해되려고 했다 그 순간에
   문을 닫았고





   육상선수



   선수는 땅을 짚는다
   선수는 신호탄을 기다린다

   태어난 지 일 년 만에 걸음을 떼고 몇 개월 뒤엔 뒤꿈치를 이용해 걸을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더이상 잘 걷고 잘 뛰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사의 모든 화근이 아닐까 선수는 생각했다 선수는 걷고 달리는 일 너머의 것들은 하고 싶지 않다 결승선 너머에 아무것도 없듯이

   뛴다
   오로지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지면보다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더 많다
   스타트와 라스트스퍼트를 훈련한다
   팔다리를 효율적으로 가동시킨다
   최대한의 속도를 익힌다
   선수는 기록을 세운다
   기록을 깨고 또다시 기록을 세운다
   달리기 위하여 달린다

   그러다 선수는
   누군가 손뼉을 치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풍선이 터지거나 숟가락을 내려놓는 소리에도 무조건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결승선을 통과하고서도 멈추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았다

박세미

일 년 내내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막상 겨울이 오면 대부분 괴롭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되고 싶습니다. 시계 없는 동굴에서 아주 천천히 깨어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겨울의 투명한 고요 속에 들어갈 때, 역시 잠들지 않고 기다리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2018/11/27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