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빙하가 꾸는 꿈
하재연
창을 열어두면 매미가 울어대는 소리가 들려오다가는 스러지고 쓰르라미가 뒤이어 우는 시절이 왔습니다. 이번 여름 지구 표면의 온도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점점 뜨거워지는 지표면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불타는 지구’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습니다. 나무와 숲과 섬과 동물과 함께 가깝고 먼 마을들이 불타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북극의 빙하가 완전히 녹는 날이 올 것이라 말합니다.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온 빙하에 대하여, 모두 녹아 사라지기 직전의 빙하가 꾸는 꿈에 대하여 상상해봅니다. 인간이 시를 쓰고 나누는 것은, 차갑고 고통스럽게 빛나는 이 꿈의 이미지를 기록하여 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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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이번호는 시 특집으로 꾸렸습니다. 오렌지의 꿈속에 들어와 있는 나의 말들(박승열)과 마리모의 백 년을 전하는 이야기(민구)에 귀 기울여주시기를. 고양이 오금에 수염이 뽑히는 기분(배수연)을 당신이 상상할 수 있다면, 바다가 잊은 꿈(백은선)과 말라가는 사과 껍질 한 조각(김유림)의 모습도 그려낼 수 있을 겁니다. 억지로 붙인 나의 누더기 지구(서호준)에 발 딛고 선 우리는, 어디까지나 상상(임승유)밖에는 할 수 없는 존재일지 모르지만, 사람 없는 영원(정한아)조차 사람이 꾸는 꿈일 테니까요.
‘!’(하다)에서는 영구 결빙된 침묵만이 존재하는 장소로 돌아가는 여행을 우주적 사운드와 함께 떠날 수 있습니다. 보이스엔진 팀의 ‘생물 연금 실습’을 감상해주세요. 영혼과 얼굴, 기계와 경계, 프레임의 안과 바깥에 관한 탐구가 궁금하다면 jj1 팀의 ‘All That Corona’가 합주하는 시와 영상을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묻다)의 플레이리스트에서는 윤지양 시인이 지난여름 떠올린 닿을 듯 닿지 않는 멀리 있는 것들의 리스트를 재생해드립니다. 지역과 문학, 비평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잡지 코너의 《문학들》과 《오늘의 문예비평》이 건네는 말들도 함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