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군에 대한 마음을 열어보았다 무지막지하게 열어보았다
  마음속을 보았다고 한다 무지막지하게
  마음속은 무엇이든 볼 수 있다고 한다
  ‘대한’에 대한 마음까지 열면서
  너는 무지막지하게 세계를 향해 돌진하다가 혹독하게 삶을 살다가 아예 내팽개치다가 거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바라볼 것이다
  너는 트랙터를 어깨에 짊어진 채 허공에 휘두른 후 그게 마치 삽인 양 제 손으로 어마무시하게 땅을 파헤치다 아주 조그맣고 귀여운 김장무 씨앗을 심을 것이다
  두둑을 만들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에 ‘대한’ 네 마음속을 열어볼 것이다
  다른 농군이 지나갈 것이다
  너는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몸으로 굉음을 내며 뒹굴고 뒹군 끝에 다가가서는 새끼손가락 손톱 끝으로 그 농군의 어깨를 아주 살포시 닿은 후 물어볼 것이다
  “무엇을 심고 있느냐? 무엇을 심고 있느냔 말이다!”
  오랫동안 묵묵부답
  너는 의기소침해져서 어렵사리 아주 어렵사리 다시 물어볼 것이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얼굴로 무지막지한 동작으로 광대하게 천둥처럼 번개처럼
  “무엇을 심고 있지요? 무엇을 심고 있나요?”
  그러면 농군은 뒷걸음질할 터이다
  뒷걸음질치면서 그 농군은 엄지 마디만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것이다 땅을 짚고 일어나 오래오래 뒤로만 뒤로만 걷고 있을 것이다 무지막지한 한 줌의 너와 멀어져서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그러고는 네가 보이지 않자 농군은 재잘거리듯 혼잣말할 것이다
  “나도 모르는 것을 심고 다만 농군이 되었다.”

안태운

2014년 《문예중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 『산책하는 사람에게』 『기억 몸짓』 등을 냈다.

2026/05/20
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