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들어오는 틈을 모두
  불투명 유리로 막아둔 박물관 안에서
  두 마리 사자의 앞발을 구경했다

  행운과 저주로 반들거리는
  역사
  매끄러운 표면을 만지면 부드럽다고 믿게 된다

  여행 셋째 날엔 모르는 사람의 부고를 들었다
  내내 춥다가 해가 뜬 참이었고

  청동 사자들 입을 벌리고 있었나?
  그 표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 나라의 치욕과 이 나라의 혁명
  당장은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잖아 여기에
  놓인 것들이 전부 그 증거잖아

  메모장을 켜고서야 할 수 있는 말들이 늘어가고
  어두운 실내에서 나의 피부는 점점 식고 있다
  매끄럽고 부드럽지

  동행들이 나를 찾는 광장을 향해
  문을 여니 빛이 쏟아졌다
  오후가

  아직 환했다
  그 밝음이 내내 지속되었고
  우리를 태운 버스는 고가도로로 진입한다
  이 도시의 카 넘버 우리를 결코 대변하지 못할

  그래도 예전만 한 폭력은 없어 다행이야
  라고 했던 말이 나를 비참하게 한다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커튼처럼 흐르는 덩굴들이
  나의 수치를 가려주려 시도했으나

  다행히도 그것들은
  이 도로 아래로 자란다

연정모

2024년 《문학수첩》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조금 깨물고 몰래 버리기』를 썼다.

1) 3박 4일의 상해 방문 동안 총 세 차례 사자와 마주쳤다. 물론 실제의 사자는 아니고 환상이거나 영상매체 속에 있거나 미술품이거나 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사자들이 등장하는 초고를 한 편 썼다. 그것을 셋으로 나누었고 이 시는 그중 한 편이다.

2) 여행하는 동안 한 사람의 부고를 들었다. 알지만 모르는 이. 용감한 사람이라 적었다가 지웠다. 실제로 용감했을 테지만 그의 삶을 어떤 단어로 가둘 수는 없을 것이다. 명복을 빕니다.

2026/07/15
8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