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가 지나간다
  누군가 거기 있다
  정말? 정말 거기에?
  거기에? 있습니까?

  나는 서 있었다
  어디에도 나의 자리는 없고
  9시가 지나도 지각하지 않는
  건물 밖에서 유아차를 끌면서 서 있었다

  구급차가 지나간다
  모두 정지한다
  삐뽀삐뽀다
  아기가 가리키는 곳에
  시선을 두다가

  유령이 되기 위해
  구급차 안에 있거나
  구급차 밖에 있던
  우리는 스치면서 대화한다

  정말 거기에? 거기에 있습니까?
  뭐가요?
  구원이요 구원 같은 거요

  이 고요한 구급 속에서
  난파된 아스팔트 위에서
  이송되고 있잖아요
  여기 여기요
  이 세상 전체요
  이 구급차요

  아기는 사이렌처럼 울고
  무거운 슬리퍼를 끌고 돌아와
  구급상자를 열어보면
  아이가 꼭 쥐고 있던 구원이
  거기에
  정말 거기에

  지구가 뒤집혀
  구급차가 이쪽으로 온다
  유령이 되기 위해
  증명하기 위해

  여기요, 여기 있어요
  유아차의 인형이 딸랑딸랑 울리면서
  증명하기 위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도시를 꿰뚫으며 걷는다

손미

2009년 《문학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양파 공동체』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산문집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삼화맨션』이 있다. 2013년 제32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얼었다가 녹았다가 풀어졌다가 고정됐다가 위태롭다가, 한 번씩 자그마한 손을 잡고 걷는다.

2025/06/04
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