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나무들 사이에 벽돌로 된 터널이 있다. 주위에는 색색의 불빛들이 떠 있다. 어두운 땅 위에는 여우나 개, 도깨비나 사내아이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형체들이 놀고 있다.

이야후후산빠는 천년을 산다고 하였다. 잘 웃고 잘 먹은 이야후후산빠는 만년까지도 산다고 하였다. 이야후후산빠는 주로 산꼭대기에서 살지만 기분이 좋으면 강 하류나 밭이나 사람 사는 마을로도 내려온다고 하였다.
  누군가는 이야후후산빠를 횃불같이 생긴 도깨비불이라 하고, 누군가는 덩치가 곰만 한 도적 같은 놈이라 하고, 누군가는 얼굴은 너구리요 몸통은 노루요 꼬리는 도마뱀인 기묘한 산짐승이라 하고,
  “이야후후산빠는 깡마르고 조막만 한 발가벗은 사내아이오.”라고 하였다.
  “무슨 소리? 이야후후산빠는 그냥 지팡이요. 밤이 되면 슬금슬금 산에서 내려와 온 마을에 박힌 정승이나 허수아비, 고무래를 데리고 다니는 지팡이요. 논이며 밭이며 또각또각 놀러 다니는 것을 내 직접 봤소. 그것에 홀려 논두렁에 빠질 뻔한 사람이 한두 번이 아니오.”
  “참말 답답한 소리를 하고 있소. 이야후후산빠는 뱀이오, 뱀. 내 버덩산에 나무하러 갈 적 보았소. 마른하늘에 구멍 난 듯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눈앞서 벼락 번쩍하더니 나무 하나가 활활 불타는 거 아니겠소? 그만 넋이 나가고 혼이 나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새파란 뱀 하나가 밑동에서부터 슬금슬금 기어올라 하늘까지 날아가더이다!”
  “어허, 이 사람들 지금 무슨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나? 그것들은 다 산에 사는 잡도깨비 놈들의 허깨비 장난일 따름. 나라가 기우니 잡도깨비 놈들이 힘을 쓰지. 우리 집안 가장 눈 밝고 머리 좋은 어르신이 말하기를, 이야후후산빠는 근엄하고 선비 같은 산신령이라 하였네. 인간을 함부로 놀라게 할 이유가 없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야후후산빠는 산에서 길 잃은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하오. 올빼미로 둔갑하든 까투리로 둔갑하든, 앞장서 길을 찾아준다 하오. 인간에게 해 될 존재는 아니라니까 그려.”
  “해 될 존재가 아니긴! 이야후후산빠 때문에 죽은 목숨만 여럿 되오.”
  “그건 산짐승들 때문이래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훔쳐 들으며 이야후후산빠는 키들키들 웃었다. 그 모든 것이 이야후후산빠였다. 진짜 이야후후산빠의 모습은 이야후후산빠만이 알았다. 이야후후산빠는 놀란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좋아했다. 그 표정에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한번은 고갯길에서 기운이 깨끗하고 맑은 눈을 가진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여우로 변한 이야후후산빠를 단박에 알아보았다.
  “나는 그대가 누군지 압니다.”
  스님은 손바닥을 맞대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야후후산빠는 자신의 정체를 대번에 들킨 것이 처음이라 신기하였다. 아주 오랜만에 사람과 말다운 말을 하고 싶었던 이야후후산빠는 눈앞의 스님과 똑같은 모습으로 둔갑하여 이렇게 말했다.
  “오호라. 나를 어떻게 알아보았지?”
  “알고자 하는 것을 바로 알고, 보고자 하는 것을 바로 보는 것이 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야후후산빠는 스님의 말이 알쏭달쏭하였다.
  “그렇군. 그런데 어떻게 알아보았지? 냄새가 났나?”
  이야후후산빠가 한 번 더 물었다. 스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대는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지요.”
  “그래! 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이 좋다.”
  이야후후산빠가 말했다. 스님은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그대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사람한테서 기억되고 싶을 뿐이지요.”
  “아니다.”
  “놀라게 하는 일은 기억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아니다! 나는 놀라게 하는 일이 좋다.”
  이야후후산빠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어쩌면 스님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이야후후산빠의 마음을 스님은 이미 눈치챈 것 같았다. 스님은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너는 누구지?”
  이야후후산빠는 스님이 자신과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의심했다.
  “저는 언제나 보고자 하는 것을 바로 보는 사람입니다.”
  스님은 여전히 알쏭달쏭하게 답했다. 이야후후산빠는 스님과 더 대화하며 놀고 싶었지만 스님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스님은 이야후후산빠를 지나쳐 길을 걸었다. 살구나무로 만든 목탁을 똑똑똑또로로록 굴리며 고개를 차근차근 넘어갔다. 이야후후산빠는 스님을 뒤따라 걷다가 부드러운 바람으로 변해 살구나무 목탁 안으로 쏙 들어갔다.
  “……”
  그것을 알아챈 스님이 그때부터 목탁을 두드리지 않았다. 둘은 고요하게 고개 두 개를 더 넘었다. 지루해진 이야후후산빠는 목탁을 빠져나와버렸다. 스님은 이야후후산빠가 최초로 좋아한 인간이었다.
  “지게 지고 고개 넘다가, 버덩사 비구 스님이 두 명인 걸 똑똑히 봤당게요. 얼굴도, 몸도, 두루마기에 튄 흙 얼룩도 꼭 같았다니께요. 이야후후산빠는 절에 사는 스님이어라.”
  “참말 버덩사 비구 스님이 둘이라고? 둘 중 하나가 이야후후산빠라고?”
  그후로도 한참을 이야후후산빠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아는 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 붙어 이리로 저리로 흘러내리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버덩산 있던 자리에 터널 뚫리고, 밭 있던 자리에 집 들어서고, 사람들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장날 사라지고, 바깥서 뛰놀던 명랑한 아이들 자취를 감추면서 이야후후산빠 이야기도 똑 끊기었다.
  더이상 이야후후산빠를 보았다는 사람도, 들었다는 사람도, 보거나 들었다는 사람에게 “자세히 좀 말해보시게.” 하는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야후후산빠는 점차 마르고 작고 흐물흐물해졌다. 둔갑할 수 있는 종류도 줄어들었다. 이야후후산빠는 산꼭대기에 틀어박혀 고르랑고르랑 잠만 잤다. 산에 사는 짐승도 산 바깥에 사는 짐승도 이야후후산빠를 잊어갔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오 년이 지나고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다.
  못 웃고 못 먹은 이야후후산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구렁이로 둔갑한 이야후후산빠는 스스스, 스스스 산에서 내려왔다. 산짐승들은 수십 년 만에 나타난 이야후후산빠를 보고는 황급히 나무 뒤로 몸을 숨기었다. 꼬리가 아흔아홉 개인 붉은여우 한 마리만이 조용히 이야후후산빠의 뒤를 따라 산 입구까지 마중을 나섰다.
  “부디 인간을 조심하십시오.”
  붉은여우가 고개를 조아렸다. 붉은여우는 사냥꾼과 결혼한 과거가 있었다. 인간은 참으로 둔감한 존재였다. 겉모습을 바꾼 야생동물과 연을 맺고 결혼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야후후산빠는 인간과 연을 맺은 붉은여우에게 오랫동안 신세를 졌다.
  “인간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붉은여우가 한 번 더 말했다. 이야후후산빠는 대답 대신 붉은여우의 주둥이를 얼마간 어루만져주었다. 작별 인사였다.
  버덩산 밑으로 내려온 이야후후산빠는 바람으로 둔갑해 길게 쭉 뻗은 찻길을 따라갔다.
  한참을 가자 찻길이 아닌 산동네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다. 날아다니는 흰나비 따라 조금, 흰나비 쫓는 고양이 따라 조금, 나뭇가지 위에 앉은 호랑지빠귀 따라 조금 가다보니 빨간 지붕 집이 나왔다. 예전과 달리 사람 사는 집들이 여기 똑 저기 똑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실로 오랜만에 보는 사람의 집이었다.
  대문을 통과해 들어가니 대청마루에는 덜 자란 사내아이와 조그만 삽살개 한 마리가 나란히 누워 자고 있었다. 본래부터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로는 짐승 중 최고인 것이 개였다.
  “으르릉.”
  삽살개는 번뜩 눈을 뜨고 일어났다. 이야후후산빠는 오랜만에 장난기가 도져 삽살개의 몸 안으로 쏙 들어갔다.
  “ !”
  이야후후산빠는 삽살개의 입으로 우렁우렁 외쳤다. 집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사내아이는 놀라지도 않은 모양인지 그저 졸린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스르르 일어날 따름이었다.
  “순박아. 나쁜 꿈 꿨어? 이리 와, 자자.”
  사내아이는 이야후후산빠를 끌어와 자기 겨드랑이 사이에 두고 다시 잠들어버렸다.
  이야후후산빠는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도 이야후후산빠를 두려워하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 사내아이조차도.
  먼 옛날에는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애타게 불러 이렇게 말했다.
  “해가 지면 이야후후산빠가 어린아이를 잡아간단다, 얼른 들어오너라!” 그러면 아이들은 팽이 돌리고 딱지치고 놀다가도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후다닥 집으로 돌아갔다.
  옛 생각에 사로잡힌 이야후후산빠는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외쳤다.
  “빠!
  이야후후산빠는 이제 막 집채만 한 불곰으로 변할 작정이었다. 그래야 이 사내아이가 겁을 좀 집어먹을 테고, 그러면 사람의 놀란 표정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삽살개 순박이의 몸통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질 때였다.
  사내아이가 이야후후산빠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토닥이기 시작했다.
  “우리 순박이, 또 도랑 밑에 빠지는 꿈을 꿨니? 괜찮아, 괜찮아.”
  사내아이는 더운지 땀을 삐질 흘리면서도, 이야후후산빠를 품에서 놓을 기색이 없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사람의 따뜻한 체온에 이야후후산빠는 딱 굳어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그 순간 정말로 놀란 건 사람이 아니라 이야후후산빠였다.
  “우리 순박이, 우리 순박이.”
  사내아이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나긋하였다. 이내 논밭에서 평화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사내아이의 머리카락과 삽살개의 털이 바람에 나부꼈다. 바람에서는 흙과 지렁이, 개구리의 냄새가 났다.
  “산빠……
  “으응, 조금만 더 자자, 순박아.”
  결국 이야후후산빠는 천천히 몸에 힘을 풀었다. 시원한 대청마루 바닥과 뜨뜻한 사내아이의 체온 때문에 몸이 녹진해지고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말았다. 이야후후산빠는 순박이의 몸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는 긴 시간 순박이가, 아니 이야후후산빠가 놀라게 한 사람들이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야후후산빠는 그들을 모두 기억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사람들은 신나게 이야후후산빠를 이야기하다가도 돌아서면 그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야후후산빠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어른 서넛이 이야후후산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내아이는 마루에 걸터앉아 절실한 눈으로 어른들을 상대하였다.
  “순박이도 무조건 데려갈 거야. 내가 잘 보살필 거야.”
  “순박이는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여기 사는 게 더 좋을 수 있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도 있고. 밥은 왕할머니가 잘 챙겨준다고 약속하시잖아.”
  “선우야. 순박이 보고 싶거들랑 방학마다 이 할머니 집에 오면 된다.”
  “싫어, 순박이는 내가 도랑에서 제일 먼저 발견했단 말이야. 도랑에서 꺼내온 것도 나야. 순박이 가족은 나야.”
  급기야 사내아이는 와앙 울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었다. 이야후후산빠는 바로 지금이 기력을 짜내어 구 척짜리 귀신이나 집채만 한 바위로 둔갑할 때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러나…… 그 순간 사내아이가 누구에게 뺏길세라 이야후후산빠를 꼬옥 끌어안았고, 이야후후산빠는 그 품이 좋아져버렸다.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감정에 이야후후산빠는 휘말리고 말았다. 그래서 순박이 행세를 하며 가만가만 안겨 있었다.
  “헥헥.”
  “순박아, 너도 형이랑 헤어지기 싫지?”
  “헥헥헥.”
  “어쩔 수 없죠. 할머님, 이 강아지까지 저희가 데려갈게요. 선우가 잘 키운다고 약속했으니 믿어봐야죠.”
  “그래. 사실 순박이도 선우한테 정이 많이 들었을 거라. 도랑에 빠져 죽을 목숨, 선우가 구해준 걸 아는 모양인지 나보다는 선우를 주인으로 따른다. 지금도 둘이 딱 붙어 있는 걸 봐라.”
  왕할머니의 말이 끝나자 사내아이는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그렇게 이야후후산빠는 사내아이와 함께 가게 되었다. 사내아이와 그 집 식구들은 차를 타고 굽이굽이 산골 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이야후후산빠는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버덩산을 바라보았다. 구렁이의 등 같은 버덩산 능선을 구경하다 말고 문득, 먼 옛날 만난 비구 스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스님은 참말 보고자 하는 것을 바로 보는 사람이었다.
  “순박아, 집으로 가니까 좋지?”
  “깨앵.”
  이야후후산빠는 사내아이가 털을 보드랍게 쓸어내리는 손길을 느끼며 천년 만에 가장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착한 우리 순박이.”
  이야후후산빠는 사내아이의 허벅다리에 턱을 괴며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내아이의 구릿한 발냄새가 들숨마다 순박이네 콧구멍으로 들어왔다.
  그날 이후, 순박이가 된 이야후후산빠는 갖가지 잔재주로 사내아이를 끊임없이 놀라게 하였다.
  “손. 기다려. 빵야. 점프!”
  모두 이야후후산빠에게는 식은 죽 먹기인 것들이었다. 이토록 시시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야후후산빠는 사내아이의 꿈에 찾아오는 나쁜 잡귀나 괴물들을 물리치기도 했다. 그때만큼은 오직 이야후후산빠만이 아는 이야후후산빠의 진짜 모습이 되었다.
  “ !”
  그러면 잡귀고 괴물이고 그만 줄행랑을 쳤다. 사내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곤한 잠을 잤다. 사내아이는 키가 크고 살집이 붙었다.
  “순박이가 집에 온 이후로 선우가 무럭무럭 자란 것 같아. 순박이랑 매일 뛰어놀아서 그런가?”
  “아이가 잔병치레 한 번을 안 하네요.”
  집안 어른들은 사내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순박이를, 아니, 이야후후산빠를 예뻐했다. 어찌나 예뻐했는지 순박이를 닮은 순박이 2세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순박아. 해피랑 인사해야지.”
  그 바람에 이야후후산빠는 전국 각지 여러 암컷 삽살개들과 데이트를 했다. 버덩산 짐승들이 알면 배를 잡고 웃을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데이트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암컷 삽살개들은 이야후후산빠의 기운에 질려 깨앵, 뒷걸음질을 치고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냈다. 사람들은 의아해했고 이야후후산빠는 그저 집에 가고 싶었다.
  “우리 순박이는 인기가 없나봐…… 이렇게 예쁜데 왜 그렇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사내아이가 이야후후산빠를 쓰다듬어주고 기죽지 말라며 어르고 달래주었다. 그 손길을 듬뿍 받을 수 있다면 이 모든 귀찮은 일들도 참을 만하다고, 이야후후산빠는 생각했다.
  그렇게 이야후후산빠는 순박이의 몸으로 꼬박 오십 년을 더 살았다. 사내아이와 잘 논 것이 첫번째 이유요, 사내아이의 사랑을 꼭꼭 잘 씹어먹은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예? 이 집 개가 오십 살이라고요?”
  “허, 개 몸 안에 성스러운 영이 들어가 있나, 세상천지 신기한 일이 다 있네요.”
  순박이의 나이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람의 놀란 표정. 그 고소한 냄새. 이야후후산빠는 버릇처럼 입맛을 다셨지만 예전처럼 그것을 홀랑 삼키지는 않았다.
  이제는 백 번 똑같은 장기를 부려도 백 번 놀래주는 사내아이 하나만 있어도 좋았으므로.
  어느 날 순박이는 자는 듯이 숨을 거뒀다. 사내아이가 자신을 꼭 닮은 사내아이를 낳고, 그 사내아이가 또 사내아이를 낳은 무렵이었다.
  순박이의 몸이 세상을 떠날 때 이야후후산빠도 죽었는지 죽지 아니했는지 들리는 소문은 없었다. 이제는 아무도 이야후후산빠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어른도 이야후후산빠의 전설을 알지 못하고 어떤 어린이도 이야후후산빠를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후후산빠의 진짜 모습은 오직 이야후후산빠만이 안다.

김지완

동화 『아일랜드』와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청소년소설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을 썼습니다.

이 단편은 강원도에 있는 창작 레지던시 ‘예버덩 문학의집’에서 썼습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요.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다음에 오는 가사가 "방망이로 두드리면 무엇이 나올까"라는 걸 오랫동안 잊고 살았어요. 방망이로 두들겼더니 이야후후산빠가 튀어나왔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방망이로 두드려서, 어린이들 앞에 그게 무엇이든 데려오고 싶어요.

2026/04/15
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