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학
보현 강아지 중학교 공개 수업일
‘보현 강아지 중학교’에 잘 다녀왔습니다. 교사로서 오랫동안 바라온 일이었습니다. 학교는 어떻게 생겼는지,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어떤지. 그러니까 강아지들이 세운 학교는 대체 어떻게 운영된다는 건지 많은 것들이 궁금했는데, 드디어 수업에 참관할 기회를 얻은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유형의 중학교가 있습니다. ‘사람 중학교’ ‘강아지와 사람 중학교’ ‘강아지 중학교’. 이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중 강아지 중학교는 저희가 아는 바가 별로 없지요. ‘학생들이 학교를 정말 좋아한다더라’ 정도일까요. 강아지만 출입이 가능하고 사람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것도 당연합니다.
방문할 수 있는 날은 일 년 중 단 하루, 교사에게만 공개되는 참관일뿐입니다.
강아지 중학교 학생들은 ‘그냥 우리끼리 있는 게 편해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잘 몰라서’ 등 여러 이유로 같은 교실에서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관 자격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까다로운 심사에 통과해야 하며, 통과한다 하더라도 양 학교장의 최종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자격이 주어집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다니는 사람 중학교의 이사장은 처음부터 참관 허락을 내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분은 일단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으니 강아지 학교에 무관심합니다. 그건 그럴 수 있는데, 문제는 강아지를 사람보다 얕보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날에는 보현 강아지 중학교의 명성에 대해 저희 선생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껴들어 이런 말을 툭 던지고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봤자 개들이죠. 안 그래?”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빛나는 점까지도 업신여기면 안 되지요. 안 그렇습니까?
이사장은 자기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사사건건 반대하는 듯한 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듯했습니다. 저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삐뚜름하게 서서 배를 조종하고 있는 선장에게 ‘그쪽이 아니라고’ ‘그러다가는 배 전체가 기울고 말 거라고’ 진언은 해드려야 할 것 아닌가요.
“저, 이사장님. 올해 수학여행은 다크 투어리즘 어떨까요?”
“다크 뭐라고요? 그 너무 심각한 거 아닌가. 시험 막 끝난 애들한테. 그냥 하던 대로 합시다.”
라든가,
“이사장님. 저는 이 새빛 교과서가 마음에 안 듭니다. 내용이 왜곡되어 있어요.”
“그래요? 난 괜찮던데. 애들 성적 올리기 좋다고 학부모들이 추천한 거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라든가.
나름 고심한 뒤 내놓은 제 의견을 이사장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속상한 마음이 실망감으로, 실망감이 허탈함으로 변해 결국에는 이 학교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 앞서 몇몇 교사도 비슷한 이유로 학교를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이사장은 무엇이 참교육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순 무식해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만, 아시다시피 성적 올리기, 명문고 진학하기였습니다.
그러던 지난 4월 초, 결국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사장이 저를 집무실로 불렀습니다. 그날따라 요즘 날씨 좋지 않나, 별일 없었나, 따위의 평소와는 다른 다정한 인사를 건넸습니다. 웬일일까 의아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다음처럼 제안을 해왔습니다.
“자네가 그토록 원하던 보현 강아지 중학교 공개 수업에 다녀올 텐가? 대신 보고서를 꼼꼼하게 써주게.”
“저, 정말인가요?”
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뻐서 대답했습니다.
“응. 교육청에 그걸 제출하면 플러스 점수를 준다더군.”
아, 결국 그거. 하고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고 말았고, 이사장은 돋보기 너머로 제 코웃음을 놓치지 않고 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이 학교에 불만이 아주 많아. 여긴 평범한 사립 중학교일세. 알겠나? 그게 그렇게 불만이면 떠나야지, 안 그래? 자네 마음대로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세우든가. 그래, 거기서 이사장 하면 딱이겠군.”
한쪽 입꼬리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질 못하고 실룩거리는 그 밉상을 보자 속이 뒤집어지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저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마침 저도 이 학교를 떠나야겠다고 벼르던 참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왜 이딴 걸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앉아 있을 때는 진짜 괴롭더라고요. 이렇게 다 같이 멍텅구리로 지낼 바에야, 들판에서 싱싱한 고사리를 꺾는 게 백 배는 보람찰 겁니다. 이사장님 사정이야 어떻든 보현 강아지 중학교에 참관하게 된 건 기쁩니다. 기쁘고 말고요. 보고서는 성실하게 쓰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볼펜이 내동댕이쳐지는 소리와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까짓 게 뭘 안다고. 굶지 않게 조심해.”
아아, 가여웠습니다. 이 학교에 남는 별생각 없이 순진한 학생들이 가엾고, 무력하고 관성적인 동료 선생들이 가여워, 마음 같아서는 모두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습니다. 초여름이 왔고, 마침내 참관일도 밝았습니다. 다행히 비 소식이 없어서 야외 수업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사이 저는 교무실 책상을 정리하고, 친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한 달 동안 마음은 뒤숭숭하고 어쩐지 외톨이가 된 것 같아서 불현듯 쓸쓸해지기도 했지만, 책상을 깨끗이 비우고 나자 묘하게도 다시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부터는 오늘 뭘 입고 갈지, 한 반에 여섯 명이 있다는데 선물은 뭐가 좋을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강아지는 밝은색을 선호하므로 흰 작업복을 사두고, 야구 모자와 튼튼한 워킹화도 꺼내놓았습니다. 배낭에 물과 노트와 펜을 챙기고, 지역 농산물로 만든 간식은 다양하게 준비해보았습니다. 그들도 취향과 컨디션이 다를 테니까요. 좋아하는 향수는 오늘만큼은 뿌리지 않았고, 로션과 선크림도 무향으로 발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강아지를 잘 아는 편입니다.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데다가 조상 대대로 강아지와 반려해온 집안 내력이 있어서, 강아지와 교감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지금 주머니에 넣는 쌍방향 통번역기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강아지 언어를 완전히 깨우쳤던 제 할머니만은 못하거든요.
좀더 털어놓겠습니다. 여러분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보현이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 보셨지요? 맞습니다. ‘강아지어’를 창제한, 보현 강아지 중학교의 그 ‘보현’이요. 실은 보현이가 제 할머니의 반려견이었습니다. 놀라셨죠? 이 쌍방향 통번역기도 보현의 말을 깨치게 된 할머니 덕분에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말로는 할머니는 작가였는데, 지나치게 내향적이라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집에서 할아버지와 보현이 둘하고만 꼭 붙어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보현 말에 귀가 트이는 기적이 일어났다나 뭐라나요.
그때부터 할머니는 작가로서는 보현을 도와 강아지어의 고유 문자 체계를 정리하고, 보현의 말을 채록했으며, 남는 시간에는 길 잃은 강아지의 집을 찾아주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한 강아지를 변호해 구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강아지를 위한 일을 하다가, 마침내는, 독립된 강아지 사회와 법을 만드는 데 일조하셨다고 합니다. 모두가 진정 놀라운 일을 했다고 추켜세울 때 “보현이가 했어요. 진짜로. 저는 그걸 듣고 옮긴 게 다예요.”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고 전해지지요.
공개 수업은 오후 1시부터라지만 집에서 11시에는 출발해야 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정해준 장소에 차를 세우고 학교까지 걸어들어오라는 사전 안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정 장소는 동네 바닷가에서 한라산을 바라보았을 때, 야트막한 초원이 시작되는 중산간이었습니다.
차의 자동 주행 기능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창밖을 보며 산간 마을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차창을 내리자 상쾌한 바람과 함께 섬휘파람새 소리와 찔레꽃 향기가 뒤섞여 들어왔습니다. 하늘은 물빛이고 햇살은 조금 따갑고, 나무에 매달린 새순은 어느새 단단한 초록으로 바뀌어 시원하게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양지바른 무덤터를 지나고 말린 연잎이 인상적인 연못을 지나자, 완만한 구릉지대가 나타났습니다. 구릉 너머로 멀리 몇 개의 오름이 안개를 걸치고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와본 적이 있었던가……’ 어쩐지 그리운 풍경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차가 서서히 멈춰 섰습니다. 정면에 강아지어로 쓰인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봐도 봐도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발바닥 그림 같은 그 언어가 반가워, 저는 얼른 차에서 내려 안내판으로 다가가 통번역기를 갖다댔습니다.
“보현 강아지 중학교 공개 수업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곳에 차를 잘 세우셨지요? 그럼 핸드폰도 잠시 꺼두시겠습니다. 개견 정보 보호와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자, 이제 나침반을 보면서 정확히 북동쪽으로 몸을 트세요. 그 길로 약 3킬로미터를 걸어오시면 저희 중학교가 나옵니다. ‘앗, 나침반 없는데!’ 하고 당황하고 계시지요? 괜찮습니다. 실은 저도 없습니다, 하하하. 그런 분들을 위해서 유카 길을 잘 닦아놓았습니다. 학교가 가까워지면 학생들이 참질 못하고 꼬리를 흔들고 있을 거예요. 다른 길로 샐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마음 편히 걸어오세요. 교장 문수 올림.”
3킬로미터는 거리가 꽤 되지만 안내문이 재미있어서 씩씩한 마음이 솟았습니다. “으샤!” 기지개를 켜고 배낭을 둘러맨 뒤 첫번째 유카가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두번째 유카, 세번째 유카…… 만개한 유카가 벌판에 흐르는 샛강 같은 길을 샹들리에처럼 비추고 있었습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학교 가는 길 위에서, 저는 기쁜 나머지 노래를 부르고 가끔씩 펄쩍펄쩍 뛰기도 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고 목이 마를 때쯤, 언덕 위에서 정말로 학생들이 꼬리를 살랑이며 제 쪽을 내려다보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통번역기를 목에 걸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다리가 몽당연필 같은 친구 한 명이 혀를 내밀고 아장아장 언덕을 내려오기 시작했고(오세현 선생님이시죠?), 찰랑찰랑 잿빛 털이 아름다운 친구는 더욱 신이 나서, 몽당연필 같은 친구를 제치고 제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와 한 바퀴 빙 돌고는(저희랑 놀아요, 선생님!) 다시 친구들 사이로 돌아갔습니다. 호박처럼 넉넉하게 웃고 있는 체구가 우람한 분과, 곁에 꼿꼿하게 서 있는 늘씬한 분이 선생님 같았습니다. 두 분 다 저와 같은 통번역기를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둘은 무리를 이탈한 학생을 눈으로 좇으며 학교 정문의 정낭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인 저를 보자마자 학생들이 움츠리거나 경계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조금 했는데 대부분 저를 반기는 듯해 안심했습니다. 다만, 삐쩍 마르고 엉덩이 피부가 벗겨진 누런 친구 한 명이 마음이 쓰였습니다. 뻣뻣해진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저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헥헥거리며 검고 늘씬한 선생님의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녔던 것입니다. 두렵고 초조할 때 보이는 행동이었습니다.
학교 정문에 다다르자 체구가 우람한 분이 절뚝거리며 다가와 악수를 청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교장 문수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안내문 감사히 읽었습니다. 오세현입니다.”
“걸어오신다고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저는 네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는데요, 하하하. 학생들이 달려내려가 당황하시진 않으셨습니까?”
“아니요, 괜찮았습니다! 제가 온 걸 기뻐해서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허허, 다행입니다. 교장실로 가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지요.”
“아, 네. 감사합니다.”
교장은 시종일관 싱글벙글, 느릿느릿, 마주치는 학생들에게 꼬리로 장난도 걸면서 학교의 가장 구석진 자리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이 학교는 독특하게도 건물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습니다. 탁 트인 풀 언덕 위에 그저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서 담장을 만들고 구획도 지어놓았더군요. 담장에는 제철인 인동꽃을 감아서 나름 어여쁜 장식도 해놓았습니다. 어쩐지 제 눈에는 강풍 한 번에 날아가버릴 것 같은 허술한 구조였습니다. 마치 기둥도 지붕도 없는 유적 터 같달까요. 그나마 군데군데 서 있는 소나무가 공간의 기둥 역할을 하며 바람이 불 때마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교실 바닥에는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교장실로 가면서 궁금한 나머지 교실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습니다. 학생들 자리마다 폭신한 토끼풀 방석이 깔려 있고, 나무로 만든 질박한 밥그릇, 물그릇이 학생 수만큼 놓여 있었습니다. 꽤 잘 만든 보기 좋은 물건들이었습니다. 교실 앞쪽에는 반투명한 거미줄 스크린이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에 팽팽하게 묶여 있었습니다.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는데 착각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들어봐도 이건 바람 소리가 아닌, 분명한 리듬과 높낮이가 있는 몽환적인 멜로디가 아니겠습니까! “우와!” 저는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정말로 거미줄 스크린 옆에 한 쌍의 마른 벌집 스피커가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음악을 틀어놓으셨네요! 누구의 음악인가요?”
“페데리코 뒤랑(Federico Durand)의 음악입니다. 아르헨티나 사람이에요. 학생들이 좋아해서 배경 음악처럼 틀어줍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다들 평안해진 나머지 자꾸 잠들어서요, 하하. 안 될 것도 없습니다만, ‘요가 시작하자마자 사바 아사나한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하하하, 네에……”
저는 배낭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얼른 첫번째 메모를 휘갈겼습니다.
다른 교실과 다를 바 없는 교장실의 토끼풀 방석에 앉아, 내어주신 아카시아 꿀물을 들이키며 하늘과 벌판과 그 둘의 자녀인 듯한 이곳을 다시금 둘러보았습니다. 허술하다고 말한 건 취소하겠습니다. 천연 소재로 개발한 교육 도구들, 나뭇가지 담장 너머로 하늘을 내다보며 자라는 학생들, 느슨하게 엮은 나뭇가지는 언제라도 풀어헤쳤다가 다시 쌓을 수 있는 거겠지요. 진정 혁신적이고 자연 순환적인 학교입니다.
저는 두번째 메모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은 안 오시나요?”
“아, 그게 말입니다. 참관하러 오시는 분이 적습니다. 오늘도 선생님이 유일한 신청자였죠.”
“의왼데요. 이 학교는 행복한 학생이 많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신청자도 많을 줄 알았어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기뻐지는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해하는 학생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다들 타고나길 행복을 누릴 줄 알기도 하고, 저희가 가르치는 거라곤 싸우지 않고 어울려 노는 법이라 불행해지기도 쉽진 않을 겁니다, 하하하. 그런데 또, 그들이 왜 행복한지 궁금해하는 선생님이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일 년에 열 분 미만으로 애초에 신청자가 적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가져온 선물을 지금쯤 건네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학생들 간식을 조금 챙겨왔습니다. 종류별로 있긴 한데, 선생님께서 알아서 나눠주세요.”
하고 배낭에서 주섬주섬 간식을 꺼내 교장에게 내밀자, 웃느라 거의 감겨 있던 교장의 눈이 순식간에 똥그래져서는 감동의 빛으로 일렁였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간식 선물을 받은 건 공개 수업 이래 처음이에요. 아, 정말이지 뭉클합니다. 저희는 칭찬으로 학생을 다스리기 때문에 간식은 많을수록 좋아요. 넘쳐도 되는 게 간식과 기쁨이지요. 잘 나누겠습니다.”
“네. 별말씀을요.”
입을 헤― 벌리고 웃는 교장의 입가에서 침이 뚝뚝 흐르고 있었습니다.
‘좀더 넉넉하게 사 와야 했다……’
이렇게까지 기뻐할 줄은 몰랐습니다. 넘쳐도 되는 게 간식과 기쁨이라니. 어쩐지 저는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는 교장의 얼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간명한 말들 앞에서 자꾸 할말을 잃게 됩니다. 좋은 의미에서요. 순수하게 학생들을 위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습니다.
‘딸랑딸랑’
벌판 가득 유카 종이 울리고, 학생들은 왁자지껄하게 교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거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교실 안을 맴돌았습니다. 저도 교실 뒤편으로 들어가 섰습니다. 아까 그 검은 얼굴의 선생님이 눈동자를 빛내며 총총총 걸어들어와 제게 가볍게 목례를 했습니다. 저도 가볍게 목례를 드리며 ‘어떻게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걸어 다닐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데…… 본 듯한데, 아!’ 고대 이집트 벽화에 나오는 아누비스를 꼭 닮았더군요. 여자 아누비스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겁니다. 밤갈색 투명한 빛으로 일렁이는 눈동자는 어쩐지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하여 오래 쳐다보기가 어려웠고, 묵언 수행을 하는 것처럼 굳게 다문 입술과 침착한 얼굴 표정은 감정을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선생님은 교탁 위에 서서 여전히 산만한 학생들에게 간식을 들어 보이며 살짝 꼬리를 세웠고, 학생 대부분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집중을 했습니다. 거미줄 스크린에 영상이 떴습니다. 제일 뒷줄에 앉은 누런 친구만이 안절부절못하며 저를 훔쳐보다가 선생님이 보리 이삭을 가볍게 흔들자 다시 정면의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스크린에는 ‘개와 사람의 역사: 2026년 제주도’라는 타이틀이 쓰여 있었습니다.
화면에 철창살이 나타났습니다. 화면은 철창 안에 갇혀 있는지 철창이 흔들리면 화면도 같이 흔들렸습니다. 비춰지는 건 클로즈업된 낡고 녹슨 창살과 맞은편에 일렬로 늘어선 철창 박스뿐이지만, 여기저기서 강아지들의 아우성이 들려왔습니다. 시시각각 통역되는 아우성의 정체가 너무도 끔찍해서 저는 귀를 막고 싶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낑낑거리고 울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금방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습니다. 안전벨트처럼 보이는 띠와 거기에 이어진 긴 줄이 보였습니다. 통번역기가 ‘당시 강아지에게 채우던 가슴줄’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본 적 있는 가슴줄을 학생들은 처음 보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양치기 강아지 한 마리가 걸어와 띠 안으로 앞발을 집어넣었습니다. 곧 아주머니 한 분도 다가오더니 친구에게 가슴줄을 채우고 줄 끝에 달린 고리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러고서 둘은 화면 안을 걸었습니다. 친구가 이끄는 곳으로 아주머니가 따라가고, 친구가 뛰면 아주머니도 뛰었습니다. 아주머니가 멈추면 친구도 멈추고, 친구가 다시 걸으면 아주머니도 다시 걸었습니다. 학생들도 재미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친구의 걸음걸이를 좇아갔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누런 강아지만이 헉헉거리며 이따금 몸을 뒤틀어 저는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입니다. 많은 강아지들이 케이지 안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을 쓰다듬고 먹이고 배설물을 치우는 사람이 몇 명 있는데 매우 바빠 보였습니다. 강아지들이 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했습니다. 통번역기가 울렸습니다. ‘안아주세요.’ ‘조금만 더 주세요.’ ‘고마워요.’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내일 또 와요.’
영상이 서서히 옅어지다가 스크린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선생님이 총총총 교탁으로 돌아와서 운을 뗐습니다.
“지금이랑 모든 게 달랐죠? 불과 사십오 년 전 제주의 일입니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돌아가면서 이야기해봅시다. 오늘은 특별한 간식도 있답니다. 잠깐, 잠깐만! 진정들 하세요! 예의를 갖춰야지요. 뒤에 계신 오세현 선생님께 마음을 담아 감사를 전합니다.”
학생들이 제게 눈을 맞추며 분홍빛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어주었습니다.
“땅이부터,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제일 앞줄의 몽당연필같이 땅딸막한 친구가 책상 다리에 매달려 달달달 떨고 있었습니다.
“으으, 첫번째 영상 뭐예요 선생님? 나쁜 짓 한 강아지들의 감옥인가요?”
선생님이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보이죠, 충분히. 그런데 감옥은 아니에요. 당시의 불법 번식장입니다. 사람들이 강아지 새끼를 팔기 위해 개들을 억지로 교배시키는 곳이었어요. 저 안에 나쁜 짓 한 개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교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습니다.
선생님이 고구마말랭이를 달달거리는 땅이에게 갖다주었고, 땅이는 그걸 열심히 씹으면서도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땅이 옆의 잿빛 털이 아름다운 친구가 오드아이를 반짝이며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선생님, 두번째는요? 그땐 좀 촌스러운 이인조 끈 춤이 유행했나요?”
친구들이 깔깔거렸습니다. 북슬북슬한 곰 같은 친구 한 명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멍멍!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돌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클로버에게 당근칩을 갖다주며 대답했습니다.
“재미있는 해석이에요. 저건 가슴줄이라는 건데, 그때는 모든 강아지가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외출하려면 가슴줄을 차야 했어요.”
교실 안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조금 답답했겠는데요.”
클로버가 말했습니다.
“조금? 답답 정도냐? 저 가슴줄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자기 기분 나쁘면 때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선생님, 왜 그런 건 얘기 안 하세요?”
제일 뒷줄의 누런 친구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클로버와 선생님을 향해 으르렁거렸습니다.
선생님은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학생들 사이를 바람처럼 가르며 벌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고서 한없이 부드러운 꼬리길로 벌새의 등을 쓰다듬었습니다. 선생님의 꼬리가 지나간 자리마다 신비로운 빛자국이 남았습니다.
“벌새야, 후우― 하고 숨을 쉬어보렴. 그렇지. 잘했어. 좋은 지적이었다. 그래요, 여러분. 가슴줄을 한 이상 개들은 사람과 발맞춰야 했어요. 어쩌면 모든 걸 맞춰야 했죠. 풀린 우리들만큼 자유롭진 못했어요. 그땐 하나의 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야 했고, 사람은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서로가 물고 뜯는 일도 빈번했을 걸요? 가슴줄로 거리두기를 한 셈이죠. 다른 존재들이 모여서 평화롭게 산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에요.”
선생님은 따뜻한 혀로 벌새의 뺨을 핥아주고는, 바나나 한 개를 통째로 줬습니다. 벌새는 바나나를 제대로 씹지도 않고 허겁지겁 삼켰습니다.
“바나나는 맛있지만 켁, 케엑. 그래도 저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너무 무섭다고요. 사람이.”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의 눈에서 더없이 투명한 구슬 같은 것이 또르르 똑, 똑, 흘러내렸습니다. 벌새는 떨어진 구슬을 말없이 핥아먹고는, 제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날 서 있던 눈빛도 차츰 수그러들었습니다.
‘……’
맥이 풀린 벌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는 견딜 수 없이 가엾고 괴로워져서, 무엇이든 메모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저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는데요, 열심히 일하는 저분들은 저희와 공감할 줄 아는 것 같았어요.”
둘째 줄에 앉은 순한 눈동자의 곱슬머리 친구가 조곤조곤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눈빛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맞아요, 구름. 아주 잘 관찰했어요. 세번째 영상은 유기동물 보호소의 풍경이에요. 우리가 버려졌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프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런 중에도 한편에서는 강아지들을 아끼고 사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독립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해요.”
선생님은 구름에게 구운 단호박 한 조각을 주었습니다.
“해삼이는 오늘도 잠들었군요. 깨우지 말고 수수에게로 넘어갑시다.”
얼굴에 주름이 많은 친구가 자기 오른팔을 베고 드르렁 쿨쿨 자고 있었습니다. 왜 잠든 학생을 깨워서 야단치지 않았냐고 나중에 묻자, “해삼이는 눈도 귀도 흐릿해서 잘 잠들어요. 그리고 학생들은 타고난 잠보인걸요! 그런 걸로 야단칠 수는 없는데요?” 하고 엉뚱한 질문을 들었다는 듯이 선생님은 반문했습니다.
얼른 노트를 꺼내서 새삼스레 깨달은 점을 썼습니다.
“오래 기다렸지 수수야. 무엇이든 말해보렴.”
제일 뒷줄의 털이 북슬북슬한 친구가 이번에도 벌떡 일어나서 살짝 흥분에 겨워 제자리돌기를 하며 대답했습니다.
“저희 선조들의 이야기라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러자 친구들은 다 같이 박수를 쳤고, 선생님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습니다.
“맞아요. 우리 선조들이 직접 겪은 일이지요. 옛날 일을 내 일처럼 느끼는 수수가 정말 대견합니다.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좋은 쪽으로 바뀌어왔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향기로운 교실에 앉아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예요.”
선생님은 수수에게 딸기 껌 하나를 줬습니다. 수수는 껌을 어금니 깊숙이 집어넣고 오래도록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좋아요. 여러분! 수업 시간이 조금 지나버렸네요. 마무리합시다.”
선생님이 총총총 교탁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수업 내용이 여러분을 불편하게, 때로는 괴로울 정도로 힘들게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죠? 그래요. 그걸 거울삼아 지금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생각해보기 위함이죠. 오늘의 숙제입니다. 여러분 자신은 다른 생명을 함부로 대한 적 없나요? 이유 없이 해친 적은요? 이를테면 장난으로 토끼를 잡고, 또 잡았다든가.”
갑자기 모두가 번개라도 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쿨쿨 자고 있던 해삼이도 부스스 일어났습니다.
“네, 좋습니다. 지금 자기 마음속에 떠오른 그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다음 시간까지 발표할 걸 준비해오세요. 자, 수업 끝입니다! 자유롭게 뛰어놀되, 돌아와서 발도장은 찍고 가세요. 알겠죠?”
“네!!”
대답이 끝나자마자, 모두들 스프링처럼 튀어나가서 클로버꽃이 지천인 벌판을 신나게 내달렸습니다. 언제 봐도 자유로운 그 행복한 춤을 저는 오래전부터 사랑해왔습니다. 뒹굴고 다시 일어나 엎치락뒤치락, 마치 이 벌판 전체가 그들의 학교이고 영혼의 친구라는 듯이 몸을 내던져 달리는 뒷모습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서 앞으로 몇 발짝 달려나갔습니다. 그러자 벌새가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벌새의 눈빛에 놀라움과 경계심, 그리움과 맑음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며 저는 손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벌새가 저와 친구들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이내 뒤돌아서 친구들 뒤를 전속력으로 쫓아갔습니다.
교장과 담임 선생님이 어느 틈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어떠셨나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하고 저도 모르게 꾸벅 인사를 드렸습니다.
“많은 순간이 특별했고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교장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습니다.
“왜 마음이 무거워지셨을까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사람으로서 선생으로서 죄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학생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부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어요.”
“그렇군요.”
교장이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보다가 제 어깨 쪽으로 다정하게 손을 뻗으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오세현 선생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학생들 간식을 챙겨 오는 따뜻한 분이시라고요! 하하하. 제 말을 믿으세요.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믿으시고요. 모쪼록 오늘 이 시간이 선생님의 앞날을 밝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러고서 저는 주뼛주뼛 용기를 내어 마음속에 있는 말을 가까스로 꺼냈습니다.
“저…… 저…… 이렇게 여쭙는 게 큰 실례인 줄 압니다만, 이 학교에 남아서 허드렛일이라도 좋으니 노동을 하며 조금 더 배울 수는 없는 거겠죠?”
그러자 교장이 담임 선생님과 스치듯 알 수 없는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편안한 웃음을 띠며 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글쎄요. 학생들이 원치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만. 그리고 저희 학교에서 배울 만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윤미경 선생?”
‘윤미경 선생? 나보다 먼저 학교를 떠났다는 분이랑 이름이 같잖아!’
담임 선생님 얼굴에 처음 보는 수줍은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습니다.
“여하튼 학생들에게 물어본 뒤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생각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리하여 혼자서 걸어왔던 유카 길을, 돌아갈 때는 교장과 담임 선생님과 저 셋이서 나란히 나란히, 별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발맞추어 즐겁게 차가 세워진 곳까지 걸어왔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교장의 메일이 왔습니다.
“학생들은 저희끼리 있는 게 좋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답장이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얼 하든 보현 강아지 중학교에서 보고 느낀 걸 귀하게 여기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기품과 사랑이 느껴지던 선생님의 태도, 서로를 바라보던 곧은 눈빛, 발표하는 친구에게로 기울던 진지하고 다정한 두 귀는 언제까지나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무언가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유형의 중학교가 있습니다. ‘사람 중학교’ ‘강아지와 사람 중학교’ ‘강아지 중학교’. 이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중 강아지 중학교는 저희가 아는 바가 별로 없지요. ‘학생들이 학교를 정말 좋아한다더라’ 정도일까요. 강아지만 출입이 가능하고 사람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것도 당연합니다.
방문할 수 있는 날은 일 년 중 단 하루, 교사에게만 공개되는 참관일뿐입니다.
강아지 중학교 학생들은 ‘그냥 우리끼리 있는 게 편해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잘 몰라서’ 등 여러 이유로 같은 교실에서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관 자격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까다로운 심사에 통과해야 하며, 통과한다 하더라도 양 학교장의 최종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자격이 주어집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다니는 사람 중학교의 이사장은 처음부터 참관 허락을 내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분은 일단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으니 강아지 학교에 무관심합니다. 그건 그럴 수 있는데, 문제는 강아지를 사람보다 얕보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날에는 보현 강아지 중학교의 명성에 대해 저희 선생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껴들어 이런 말을 툭 던지고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봤자 개들이죠. 안 그래?”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빛나는 점까지도 업신여기면 안 되지요. 안 그렇습니까?
이사장은 자기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사사건건 반대하는 듯한 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듯했습니다. 저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삐뚜름하게 서서 배를 조종하고 있는 선장에게 ‘그쪽이 아니라고’ ‘그러다가는 배 전체가 기울고 말 거라고’ 진언은 해드려야 할 것 아닌가요.
“저, 이사장님. 올해 수학여행은 다크 투어리즘 어떨까요?”
“다크 뭐라고요? 그 너무 심각한 거 아닌가. 시험 막 끝난 애들한테. 그냥 하던 대로 합시다.”
라든가,
“이사장님. 저는 이 새빛 교과서가 마음에 안 듭니다. 내용이 왜곡되어 있어요.”
“그래요? 난 괜찮던데. 애들 성적 올리기 좋다고 학부모들이 추천한 거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라든가.
나름 고심한 뒤 내놓은 제 의견을 이사장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속상한 마음이 실망감으로, 실망감이 허탈함으로 변해 결국에는 이 학교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 앞서 몇몇 교사도 비슷한 이유로 학교를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이사장은 무엇이 참교육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순 무식해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만, 아시다시피 성적 올리기, 명문고 진학하기였습니다.
그러던 지난 4월 초, 결국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사장이 저를 집무실로 불렀습니다. 그날따라 요즘 날씨 좋지 않나, 별일 없었나, 따위의 평소와는 다른 다정한 인사를 건넸습니다. 웬일일까 의아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다음처럼 제안을 해왔습니다.
“자네가 그토록 원하던 보현 강아지 중학교 공개 수업에 다녀올 텐가? 대신 보고서를 꼼꼼하게 써주게.”
“저, 정말인가요?”
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뻐서 대답했습니다.
“응. 교육청에 그걸 제출하면 플러스 점수를 준다더군.”
아, 결국 그거. 하고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고 말았고, 이사장은 돋보기 너머로 제 코웃음을 놓치지 않고 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이 학교에 불만이 아주 많아. 여긴 평범한 사립 중학교일세. 알겠나? 그게 그렇게 불만이면 떠나야지, 안 그래? 자네 마음대로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세우든가. 그래, 거기서 이사장 하면 딱이겠군.”
한쪽 입꼬리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질 못하고 실룩거리는 그 밉상을 보자 속이 뒤집어지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저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마침 저도 이 학교를 떠나야겠다고 벼르던 참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왜 이딴 걸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앉아 있을 때는 진짜 괴롭더라고요. 이렇게 다 같이 멍텅구리로 지낼 바에야, 들판에서 싱싱한 고사리를 꺾는 게 백 배는 보람찰 겁니다. 이사장님 사정이야 어떻든 보현 강아지 중학교에 참관하게 된 건 기쁩니다. 기쁘고 말고요. 보고서는 성실하게 쓰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볼펜이 내동댕이쳐지는 소리와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까짓 게 뭘 안다고. 굶지 않게 조심해.”
아아, 가여웠습니다. 이 학교에 남는 별생각 없이 순진한 학생들이 가엾고, 무력하고 관성적인 동료 선생들이 가여워, 마음 같아서는 모두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습니다. 초여름이 왔고, 마침내 참관일도 밝았습니다. 다행히 비 소식이 없어서 야외 수업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사이 저는 교무실 책상을 정리하고, 친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한 달 동안 마음은 뒤숭숭하고 어쩐지 외톨이가 된 것 같아서 불현듯 쓸쓸해지기도 했지만, 책상을 깨끗이 비우고 나자 묘하게도 다시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부터는 오늘 뭘 입고 갈지, 한 반에 여섯 명이 있다는데 선물은 뭐가 좋을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강아지는 밝은색을 선호하므로 흰 작업복을 사두고, 야구 모자와 튼튼한 워킹화도 꺼내놓았습니다. 배낭에 물과 노트와 펜을 챙기고, 지역 농산물로 만든 간식은 다양하게 준비해보았습니다. 그들도 취향과 컨디션이 다를 테니까요. 좋아하는 향수는 오늘만큼은 뿌리지 않았고, 로션과 선크림도 무향으로 발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강아지를 잘 아는 편입니다.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데다가 조상 대대로 강아지와 반려해온 집안 내력이 있어서, 강아지와 교감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지금 주머니에 넣는 쌍방향 통번역기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강아지 언어를 완전히 깨우쳤던 제 할머니만은 못하거든요.
좀더 털어놓겠습니다. 여러분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보현이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 보셨지요? 맞습니다. ‘강아지어’를 창제한, 보현 강아지 중학교의 그 ‘보현’이요. 실은 보현이가 제 할머니의 반려견이었습니다. 놀라셨죠? 이 쌍방향 통번역기도 보현의 말을 깨치게 된 할머니 덕분에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말로는 할머니는 작가였는데, 지나치게 내향적이라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집에서 할아버지와 보현이 둘하고만 꼭 붙어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보현 말에 귀가 트이는 기적이 일어났다나 뭐라나요.
그때부터 할머니는 작가로서는 보현을 도와 강아지어의 고유 문자 체계를 정리하고, 보현의 말을 채록했으며, 남는 시간에는 길 잃은 강아지의 집을 찾아주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한 강아지를 변호해 구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강아지를 위한 일을 하다가, 마침내는, 독립된 강아지 사회와 법을 만드는 데 일조하셨다고 합니다. 모두가 진정 놀라운 일을 했다고 추켜세울 때 “보현이가 했어요. 진짜로. 저는 그걸 듣고 옮긴 게 다예요.”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고 전해지지요.
공개 수업은 오후 1시부터라지만 집에서 11시에는 출발해야 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정해준 장소에 차를 세우고 학교까지 걸어들어오라는 사전 안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정 장소는 동네 바닷가에서 한라산을 바라보았을 때, 야트막한 초원이 시작되는 중산간이었습니다.
차의 자동 주행 기능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창밖을 보며 산간 마을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차창을 내리자 상쾌한 바람과 함께 섬휘파람새 소리와 찔레꽃 향기가 뒤섞여 들어왔습니다. 하늘은 물빛이고 햇살은 조금 따갑고, 나무에 매달린 새순은 어느새 단단한 초록으로 바뀌어 시원하게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양지바른 무덤터를 지나고 말린 연잎이 인상적인 연못을 지나자, 완만한 구릉지대가 나타났습니다. 구릉 너머로 멀리 몇 개의 오름이 안개를 걸치고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와본 적이 있었던가……’ 어쩐지 그리운 풍경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차가 서서히 멈춰 섰습니다. 정면에 강아지어로 쓰인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봐도 봐도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발바닥 그림 같은 그 언어가 반가워, 저는 얼른 차에서 내려 안내판으로 다가가 통번역기를 갖다댔습니다.
“보현 강아지 중학교 공개 수업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곳에 차를 잘 세우셨지요? 그럼 핸드폰도 잠시 꺼두시겠습니다. 개견 정보 보호와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자, 이제 나침반을 보면서 정확히 북동쪽으로 몸을 트세요. 그 길로 약 3킬로미터를 걸어오시면 저희 중학교가 나옵니다. ‘앗, 나침반 없는데!’ 하고 당황하고 계시지요? 괜찮습니다. 실은 저도 없습니다, 하하하. 그런 분들을 위해서 유카 길을 잘 닦아놓았습니다. 학교가 가까워지면 학생들이 참질 못하고 꼬리를 흔들고 있을 거예요. 다른 길로 샐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마음 편히 걸어오세요. 교장 문수 올림.”
3킬로미터는 거리가 꽤 되지만 안내문이 재미있어서 씩씩한 마음이 솟았습니다. “으샤!” 기지개를 켜고 배낭을 둘러맨 뒤 첫번째 유카가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두번째 유카, 세번째 유카…… 만개한 유카가 벌판에 흐르는 샛강 같은 길을 샹들리에처럼 비추고 있었습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학교 가는 길 위에서, 저는 기쁜 나머지 노래를 부르고 가끔씩 펄쩍펄쩍 뛰기도 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고 목이 마를 때쯤, 언덕 위에서 정말로 학생들이 꼬리를 살랑이며 제 쪽을 내려다보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통번역기를 목에 걸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다리가 몽당연필 같은 친구 한 명이 혀를 내밀고 아장아장 언덕을 내려오기 시작했고(오세현 선생님이시죠?), 찰랑찰랑 잿빛 털이 아름다운 친구는 더욱 신이 나서, 몽당연필 같은 친구를 제치고 제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와 한 바퀴 빙 돌고는(저희랑 놀아요, 선생님!) 다시 친구들 사이로 돌아갔습니다. 호박처럼 넉넉하게 웃고 있는 체구가 우람한 분과, 곁에 꼿꼿하게 서 있는 늘씬한 분이 선생님 같았습니다. 두 분 다 저와 같은 통번역기를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둘은 무리를 이탈한 학생을 눈으로 좇으며 학교 정문의 정낭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인 저를 보자마자 학생들이 움츠리거나 경계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조금 했는데 대부분 저를 반기는 듯해 안심했습니다. 다만, 삐쩍 마르고 엉덩이 피부가 벗겨진 누런 친구 한 명이 마음이 쓰였습니다. 뻣뻣해진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저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헥헥거리며 검고 늘씬한 선생님의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녔던 것입니다. 두렵고 초조할 때 보이는 행동이었습니다.
학교 정문에 다다르자 체구가 우람한 분이 절뚝거리며 다가와 악수를 청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교장 문수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안내문 감사히 읽었습니다. 오세현입니다.”
“걸어오신다고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저는 네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는데요, 하하하. 학생들이 달려내려가 당황하시진 않으셨습니까?”
“아니요, 괜찮았습니다! 제가 온 걸 기뻐해서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허허, 다행입니다. 교장실로 가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지요.”
“아, 네. 감사합니다.”
교장은 시종일관 싱글벙글, 느릿느릿, 마주치는 학생들에게 꼬리로 장난도 걸면서 학교의 가장 구석진 자리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이 학교는 독특하게도 건물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습니다. 탁 트인 풀 언덕 위에 그저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서 담장을 만들고 구획도 지어놓았더군요. 담장에는 제철인 인동꽃을 감아서 나름 어여쁜 장식도 해놓았습니다. 어쩐지 제 눈에는 강풍 한 번에 날아가버릴 것 같은 허술한 구조였습니다. 마치 기둥도 지붕도 없는 유적 터 같달까요. 그나마 군데군데 서 있는 소나무가 공간의 기둥 역할을 하며 바람이 불 때마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교실 바닥에는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교장실로 가면서 궁금한 나머지 교실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습니다. 학생들 자리마다 폭신한 토끼풀 방석이 깔려 있고, 나무로 만든 질박한 밥그릇, 물그릇이 학생 수만큼 놓여 있었습니다. 꽤 잘 만든 보기 좋은 물건들이었습니다. 교실 앞쪽에는 반투명한 거미줄 스크린이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에 팽팽하게 묶여 있었습니다.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는데 착각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들어봐도 이건 바람 소리가 아닌, 분명한 리듬과 높낮이가 있는 몽환적인 멜로디가 아니겠습니까! “우와!” 저는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정말로 거미줄 스크린 옆에 한 쌍의 마른 벌집 스피커가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음악을 틀어놓으셨네요! 누구의 음악인가요?”
“페데리코 뒤랑(Federico Durand)의 음악입니다. 아르헨티나 사람이에요. 학생들이 좋아해서 배경 음악처럼 틀어줍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다들 평안해진 나머지 자꾸 잠들어서요, 하하. 안 될 것도 없습니다만, ‘요가 시작하자마자 사바 아사나한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하하하, 네에……”
저는 배낭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얼른 첫번째 메모를 휘갈겼습니다.
음악을 틀어준다. 페데리코 뒤랑. 학생들만 좋아한다면 사람의 음악도 가리지 않음. 멋지지 않은가.
다른 교실과 다를 바 없는 교장실의 토끼풀 방석에 앉아, 내어주신 아카시아 꿀물을 들이키며 하늘과 벌판과 그 둘의 자녀인 듯한 이곳을 다시금 둘러보았습니다. 허술하다고 말한 건 취소하겠습니다. 천연 소재로 개발한 교육 도구들, 나뭇가지 담장 너머로 하늘을 내다보며 자라는 학생들, 느슨하게 엮은 나뭇가지는 언제라도 풀어헤쳤다가 다시 쌓을 수 있는 거겠지요. 진정 혁신적이고 자연 순환적인 학교입니다.
저는 두번째 메모를 남겼습니다.
하늘을 보며 자란다. 바람을 들으며 자란다. 눈에 담기는 벌판은 끝이 없다.
“그런데 다른 분은 안 오시나요?”
“아, 그게 말입니다. 참관하러 오시는 분이 적습니다. 오늘도 선생님이 유일한 신청자였죠.”
“의왼데요. 이 학교는 행복한 학생이 많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신청자도 많을 줄 알았어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기뻐지는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해하는 학생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다들 타고나길 행복을 누릴 줄 알기도 하고, 저희가 가르치는 거라곤 싸우지 않고 어울려 노는 법이라 불행해지기도 쉽진 않을 겁니다, 하하하. 그런데 또, 그들이 왜 행복한지 궁금해하는 선생님이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일 년에 열 분 미만으로 애초에 신청자가 적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가져온 선물을 지금쯤 건네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학생들 간식을 조금 챙겨왔습니다. 종류별로 있긴 한데, 선생님께서 알아서 나눠주세요.”
하고 배낭에서 주섬주섬 간식을 꺼내 교장에게 내밀자, 웃느라 거의 감겨 있던 교장의 눈이 순식간에 똥그래져서는 감동의 빛으로 일렁였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간식 선물을 받은 건 공개 수업 이래 처음이에요. 아, 정말이지 뭉클합니다. 저희는 칭찬으로 학생을 다스리기 때문에 간식은 많을수록 좋아요. 넘쳐도 되는 게 간식과 기쁨이지요. 잘 나누겠습니다.”
“네. 별말씀을요.”
입을 헤― 벌리고 웃는 교장의 입가에서 침이 뚝뚝 흐르고 있었습니다.
‘좀더 넉넉하게 사 와야 했다……’
이렇게까지 기뻐할 줄은 몰랐습니다. 넘쳐도 되는 게 간식과 기쁨이라니. 어쩐지 저는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는 교장의 얼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간명한 말들 앞에서 자꾸 할말을 잃게 됩니다. 좋은 의미에서요. 순수하게 학생들을 위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습니다.
‘딸랑딸랑’
벌판 가득 유카 종이 울리고, 학생들은 왁자지껄하게 교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거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교실 안을 맴돌았습니다. 저도 교실 뒤편으로 들어가 섰습니다. 아까 그 검은 얼굴의 선생님이 눈동자를 빛내며 총총총 걸어들어와 제게 가볍게 목례를 했습니다. 저도 가볍게 목례를 드리며 ‘어떻게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걸어 다닐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데…… 본 듯한데, 아!’ 고대 이집트 벽화에 나오는 아누비스를 꼭 닮았더군요. 여자 아누비스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겁니다. 밤갈색 투명한 빛으로 일렁이는 눈동자는 어쩐지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하여 오래 쳐다보기가 어려웠고, 묵언 수행을 하는 것처럼 굳게 다문 입술과 침착한 얼굴 표정은 감정을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선생님은 교탁 위에 서서 여전히 산만한 학생들에게 간식을 들어 보이며 살짝 꼬리를 세웠고, 학생 대부분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집중을 했습니다. 거미줄 스크린에 영상이 떴습니다. 제일 뒷줄에 앉은 누런 친구만이 안절부절못하며 저를 훔쳐보다가 선생님이 보리 이삭을 가볍게 흔들자 다시 정면의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스크린에는 ‘개와 사람의 역사: 2026년 제주도’라는 타이틀이 쓰여 있었습니다.
화면에 철창살이 나타났습니다. 화면은 철창 안에 갇혀 있는지 철창이 흔들리면 화면도 같이 흔들렸습니다. 비춰지는 건 클로즈업된 낡고 녹슨 창살과 맞은편에 일렬로 늘어선 철창 박스뿐이지만, 여기저기서 강아지들의 아우성이 들려왔습니다. 시시각각 통역되는 아우성의 정체가 너무도 끔찍해서 저는 귀를 막고 싶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낑낑거리고 울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금방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습니다. 안전벨트처럼 보이는 띠와 거기에 이어진 긴 줄이 보였습니다. 통번역기가 ‘당시 강아지에게 채우던 가슴줄’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본 적 있는 가슴줄을 학생들은 처음 보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양치기 강아지 한 마리가 걸어와 띠 안으로 앞발을 집어넣었습니다. 곧 아주머니 한 분도 다가오더니 친구에게 가슴줄을 채우고 줄 끝에 달린 고리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러고서 둘은 화면 안을 걸었습니다. 친구가 이끄는 곳으로 아주머니가 따라가고, 친구가 뛰면 아주머니도 뛰었습니다. 아주머니가 멈추면 친구도 멈추고, 친구가 다시 걸으면 아주머니도 다시 걸었습니다. 학생들도 재미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친구의 걸음걸이를 좇아갔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누런 강아지만이 헉헉거리며 이따금 몸을 뒤틀어 저는 심히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입니다. 많은 강아지들이 케이지 안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을 쓰다듬고 먹이고 배설물을 치우는 사람이 몇 명 있는데 매우 바빠 보였습니다. 강아지들이 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했습니다. 통번역기가 울렸습니다. ‘안아주세요.’ ‘조금만 더 주세요.’ ‘고마워요.’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내일 또 와요.’
영상이 서서히 옅어지다가 스크린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선생님이 총총총 교탁으로 돌아와서 운을 뗐습니다.
“지금이랑 모든 게 달랐죠? 불과 사십오 년 전 제주의 일입니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돌아가면서 이야기해봅시다. 오늘은 특별한 간식도 있답니다. 잠깐, 잠깐만! 진정들 하세요! 예의를 갖춰야지요. 뒤에 계신 오세현 선생님께 마음을 담아 감사를 전합니다.”
학생들이 제게 눈을 맞추며 분홍빛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어주었습니다.
“땅이부터,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제일 앞줄의 몽당연필같이 땅딸막한 친구가 책상 다리에 매달려 달달달 떨고 있었습니다.
“으으, 첫번째 영상 뭐예요 선생님? 나쁜 짓 한 강아지들의 감옥인가요?”
선생님이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보이죠, 충분히. 그런데 감옥은 아니에요. 당시의 불법 번식장입니다. 사람들이 강아지 새끼를 팔기 위해 개들을 억지로 교배시키는 곳이었어요. 저 안에 나쁜 짓 한 개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교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습니다.
선생님이 고구마말랭이를 달달거리는 땅이에게 갖다주었고, 땅이는 그걸 열심히 씹으면서도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땅이 옆의 잿빛 털이 아름다운 친구가 오드아이를 반짝이며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선생님, 두번째는요? 그땐 좀 촌스러운 이인조 끈 춤이 유행했나요?”
친구들이 깔깔거렸습니다. 북슬북슬한 곰 같은 친구 한 명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멍멍!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돌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클로버에게 당근칩을 갖다주며 대답했습니다.
“재미있는 해석이에요. 저건 가슴줄이라는 건데, 그때는 모든 강아지가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외출하려면 가슴줄을 차야 했어요.”
교실 안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조금 답답했겠는데요.”
클로버가 말했습니다.
“조금? 답답 정도냐? 저 가슴줄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자기 기분 나쁘면 때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선생님, 왜 그런 건 얘기 안 하세요?”
제일 뒷줄의 누런 친구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클로버와 선생님을 향해 으르렁거렸습니다.
선생님은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학생들 사이를 바람처럼 가르며 벌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고서 한없이 부드러운 꼬리길로 벌새의 등을 쓰다듬었습니다. 선생님의 꼬리가 지나간 자리마다 신비로운 빛자국이 남았습니다.
“벌새야, 후우― 하고 숨을 쉬어보렴. 그렇지. 잘했어. 좋은 지적이었다. 그래요, 여러분. 가슴줄을 한 이상 개들은 사람과 발맞춰야 했어요. 어쩌면 모든 걸 맞춰야 했죠. 풀린 우리들만큼 자유롭진 못했어요. 그땐 하나의 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야 했고, 사람은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서로가 물고 뜯는 일도 빈번했을 걸요? 가슴줄로 거리두기를 한 셈이죠. 다른 존재들이 모여서 평화롭게 산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에요.”
선생님은 따뜻한 혀로 벌새의 뺨을 핥아주고는, 바나나 한 개를 통째로 줬습니다. 벌새는 바나나를 제대로 씹지도 않고 허겁지겁 삼켰습니다.
“바나나는 맛있지만 켁, 케엑. 그래도 저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너무 무섭다고요. 사람이.”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의 눈에서 더없이 투명한 구슬 같은 것이 또르르 똑, 똑, 흘러내렸습니다. 벌새는 떨어진 구슬을 말없이 핥아먹고는, 제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날 서 있던 눈빛도 차츰 수그러들었습니다.
‘……’
맥이 풀린 벌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는 견딜 수 없이 가엾고 괴로워져서, 무엇이든 메모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아, 벌새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어디선가 당당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괴로워. 죄스러워.
“그래도 저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는데요, 열심히 일하는 저분들은 저희와 공감할 줄 아는 것 같았어요.”
둘째 줄에 앉은 순한 눈동자의 곱슬머리 친구가 조곤조곤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눈빛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맞아요, 구름. 아주 잘 관찰했어요. 세번째 영상은 유기동물 보호소의 풍경이에요. 우리가 버려졌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프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런 중에도 한편에서는 강아지들을 아끼고 사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독립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해요.”
선생님은 구름에게 구운 단호박 한 조각을 주었습니다.
“해삼이는 오늘도 잠들었군요. 깨우지 말고 수수에게로 넘어갑시다.”
얼굴에 주름이 많은 친구가 자기 오른팔을 베고 드르렁 쿨쿨 자고 있었습니다. 왜 잠든 학생을 깨워서 야단치지 않았냐고 나중에 묻자, “해삼이는 눈도 귀도 흐릿해서 잘 잠들어요. 그리고 학생들은 타고난 잠보인걸요! 그런 걸로 야단칠 수는 없는데요?” 하고 엉뚱한 질문을 들었다는 듯이 선생님은 반문했습니다.
얼른 노트를 꺼내서 새삼스레 깨달은 점을 썼습니다.
그렇네. 잠든 게 잘못은 아니지. 나는 번번이 야단을 쳤는데 말야. 왜 잠이 오는지 궁금해하는 마음이 먼저일 거야.
“오래 기다렸지 수수야. 무엇이든 말해보렴.”
제일 뒷줄의 털이 북슬북슬한 친구가 이번에도 벌떡 일어나서 살짝 흥분에 겨워 제자리돌기를 하며 대답했습니다.
“저희 선조들의 이야기라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러자 친구들은 다 같이 박수를 쳤고, 선생님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습니다.
“맞아요. 우리 선조들이 직접 겪은 일이지요. 옛날 일을 내 일처럼 느끼는 수수가 정말 대견합니다.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좋은 쪽으로 바뀌어왔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향기로운 교실에 앉아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예요.”
선생님은 수수에게 딸기 껌 하나를 줬습니다. 수수는 껌을 어금니 깊숙이 집어넣고 오래도록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좋아요. 여러분! 수업 시간이 조금 지나버렸네요. 마무리합시다.”
선생님이 총총총 교탁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수업 내용이 여러분을 불편하게, 때로는 괴로울 정도로 힘들게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죠? 그래요. 그걸 거울삼아 지금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생각해보기 위함이죠. 오늘의 숙제입니다. 여러분 자신은 다른 생명을 함부로 대한 적 없나요? 이유 없이 해친 적은요? 이를테면 장난으로 토끼를 잡고, 또 잡았다든가.”
갑자기 모두가 번개라도 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쿨쿨 자고 있던 해삼이도 부스스 일어났습니다.
“네, 좋습니다. 지금 자기 마음속에 떠오른 그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다음 시간까지 발표할 걸 준비해오세요. 자, 수업 끝입니다! 자유롭게 뛰어놀되, 돌아와서 발도장은 찍고 가세요. 알겠죠?”
“네!!”
대답이 끝나자마자, 모두들 스프링처럼 튀어나가서 클로버꽃이 지천인 벌판을 신나게 내달렸습니다. 언제 봐도 자유로운 그 행복한 춤을 저는 오래전부터 사랑해왔습니다. 뒹굴고 다시 일어나 엎치락뒤치락, 마치 이 벌판 전체가 그들의 학교이고 영혼의 친구라는 듯이 몸을 내던져 달리는 뒷모습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서 앞으로 몇 발짝 달려나갔습니다. 그러자 벌새가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벌새의 눈빛에 놀라움과 경계심, 그리움과 맑음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며 저는 손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벌새가 저와 친구들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이내 뒤돌아서 친구들 뒤를 전속력으로 쫓아갔습니다.
교장과 담임 선생님이 어느 틈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어떠셨나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하고 저도 모르게 꾸벅 인사를 드렸습니다.
“많은 순간이 특별했고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교장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습니다.
“왜 마음이 무거워지셨을까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사람으로서 선생으로서 죄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학생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부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어요.”
“그렇군요.”
교장이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보다가 제 어깨 쪽으로 다정하게 손을 뻗으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오세현 선생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학생들 간식을 챙겨 오는 따뜻한 분이시라고요! 하하하. 제 말을 믿으세요.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믿으시고요. 모쪼록 오늘 이 시간이 선생님의 앞날을 밝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러고서 저는 주뼛주뼛 용기를 내어 마음속에 있는 말을 가까스로 꺼냈습니다.
“저…… 저…… 이렇게 여쭙는 게 큰 실례인 줄 압니다만, 이 학교에 남아서 허드렛일이라도 좋으니 노동을 하며 조금 더 배울 수는 없는 거겠죠?”
그러자 교장이 담임 선생님과 스치듯 알 수 없는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편안한 웃음을 띠며 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글쎄요. 학생들이 원치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만. 그리고 저희 학교에서 배울 만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윤미경 선생?”
‘윤미경 선생? 나보다 먼저 학교를 떠났다는 분이랑 이름이 같잖아!’
담임 선생님 얼굴에 처음 보는 수줍은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습니다.
“여하튼 학생들에게 물어본 뒤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생각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리하여 혼자서 걸어왔던 유카 길을, 돌아갈 때는 교장과 담임 선생님과 저 셋이서 나란히 나란히, 별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발맞추어 즐겁게 차가 세워진 곳까지 걸어왔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교장의 메일이 왔습니다.
“학생들은 저희끼리 있는 게 좋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답장이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얼 하든 보현 강아지 중학교에서 보고 느낀 걸 귀하게 여기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기품과 사랑이 느껴지던 선생님의 태도, 서로를 바라보던 곧은 눈빛, 발표하는 친구에게로 기울던 진지하고 다정한 두 귀는 언제까지나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무언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