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듐



   나는 세상에 없는 암석을 발명했다

   나는 그것을 아파듐이라 부르기로 했다
   아파듐 암석은 공중에 떠 있다

   삼차원 3D프린팅의 출력물 같은가

   혹은 구길 수 없는 감정을 구긴 다결정 금속 같은가

   거꾸로 매달린 아파듐에서 생기가 쏟아졌다

   붉은색 계란 노른자가 그 안에서 주춤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녹는점 1554.9℃, 끓는점 2,963℃, 밀도 12.023g/cm3이라고 칭했다

   거대 사진기 시스템의 우주 물질 자동 인화인가

   점심 식사 전 화이트 와인 두 잔의 감전 사물인가

   밤에는 돌처럼 냉정한 사람들이
   나 죽은 후의 나날들을 걸어가다가
   모두 눈알을 치켜들어 실핏줄 가득한 아파듐 암석을 응시했다

   나다, 나란 말이다

   아파듐 암석이 이제 내 대가리 위 공중에 박힌
   나 태어나기 전 거주지 행성의 흔적이라면
   내 악몽의 용질이라면

   아파듐 암석이 자마놈 용매를 만나면

   72시간 눈 감지 못한 불면의 끝에서
   나는 저절로 몸이 가려운 유령이 된다고 했다

   유령이 되자 건망증이 최고치에 달했고 강박증이 심해졌다
   끓는점이 계속 치솟았고 저절로 거대한 종말의 예언이 쏟아졌다

   아파듐과 자마놈이 지구에 속하지 않은 원소들이라면

   이것들로 네 뜨거운 십자가나 주조해라
   아니면 네 차가운 불면의 영혼을 넣어둘 도금상자라도

   끝이란 건 이런 거다

   그런데 내가 지금 욕 좀 하면 안 될까?





   응급실의 자마노미스트



   할머니가 입술 사이로 사막을 뱉고 있다
   끈적한 침을 섞어 뱉고 있다

   입냄새나는 사막이 가없이 넓었다

   할머니, 올해가 몇 년이에요? 의사가 물었다
   할머니는 작년이라고 대답했다

   사막에서는 누구나 가리는 곳 없이 똥을 눈다

   내가 똥을 눌 땐 모두 물러서!

   할머니가 소리치자 대상들이 낙타를 몰고 일렬로 떠나버렸다.

   할머니가 거기 서! 같이 가! 그러자 그들이 돌아와 다시
   할머니의 똥 누는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낙타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사흘간의 자마놈과의 요동 뒤에 나는 늘 응급실행이다

   너 물의 나라에서 온 스파이지?
   물이 한 줄기 은빛 바늘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사막의 정수리에 꽂힌다

   할머니는 할머니로 태어나기 이전의 물질을 뱉어내고 있다
   나는 그 침 섞인 사막의 이름을 더러운알의흰자라고 부르겠다

   할머니가 자꾸 사막을 뱉어내자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초음파일각수들이 응급실 모니터에 현상했다
   더러운알의흰자를 먹는 초음파일각수의 입술만은 선홍색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할머니가 나라는 건 조금 있다가 말하겠다

   할머니, 올해가 몇 년이에요? 할머니가 다섯 번째 같은 질문을 받자
   할머니가 의사들을 향해 외쳤다

   이 똥 같은 것들아!
   그만 물어봐

김혜순

가만히 엎드려 생각해보니,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동물에서 모래, 모래에서 물질로, 여기까지 다. 끝은 뻔하다.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날개 환상통』 『죽음의 자서전』 『피어라 돼지』 등이 있다.

2022/08/30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