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고래에게 주는 선물



   붉은 고래에게 날개를 선물하고 싶어서
   수영을 배웠거든

   잡히기 전에 네가
   한 번만 날아봤으면 했거든

   내 수영 실력으로 부족하다면
   커다랗고 커다란
   초록 풍선이나
   널 닮은 빨간 풍선을
   달아줘도 되니까

   힘껏 부풀어오른 파도에
   올라타도 되니까





   바닥 나무



   손바닥 안에
   나무가 살아요

   발바닥 안에도
   살아요

   물도 안 먹고
   햇빛도 못 보는데
   열매를 매달고 있어요

   내 손바닥이니까
   별 모양으로 그릴래요
   세모로도 그리고요
   네모도 괜찮아요

   내가 원하는 대로
   바닥 바닥
              바 닥 바 닥
   탐스러운 열매가
   생기는 동안

   나와 함께
   바닥 나무도 조금씩
   자라고 있어요

유하정

어떤 것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나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어퍼컷을 날릴 수 있도록
쌓아놓은 겹을 자꾸 치우는 중이다. 치우는데 자꾸 쌓인다.
그 겹의 이름들은 비판, 반성, 후회와 눈물,
웃음, 잠과 밥, 눈 오는 날 놀란 사막의 낙타, 삶의 안타까운 순간들이다.

2020/03/31
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