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점극장 라블레는 작년 4월 문을 열어 어느덧 한 해를 보냈습니다. 라블레를 열게 된 계기와,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점극장 라블레는 문학과 연극을 통해서 만난 두 사람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함께하고 싶은 작업들의 동력이 될 만한 계기와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기회가 생겨서 서점극장을 열었습니다. 아쉽게도 몇 달 유행으로 그칠 줄 알았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아직 연극은 본격적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서점극장’보다는 ‘서점’으로 먼저 기능하게 되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극장’으로도 놀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목요낭독회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배우 현지수님이 매주 서점 주인이 요청한 책을 읽어줍니다. 누구든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낭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점 손님이 쓰는 〈호들갑 독일문학〉도 격주마다 절찬리에 연재 중입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세계문학 작품명을 부제로 한 자주 출판 잡지 《앤솔로진》도 소개, 판매합니다.
   그 외 행사는 그때그때 열립니다. 작년(2021)에는 세계 책의 날에 ‘돈키호테 안 읽고 퀴즈풀기 대회’를, 스타니스와프 렘 단편선 출간 기념으로는 ‘이욘 티히 얼굴 그리기 대회’를 열었습니다. ‘한일 자주출판 교류전(앤솔로진과 Orcinus Orca Press)’ 전시와 ‘새로운 세대의 한영 번역가들(+초과 10호)’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11월에는 도스또옙스끼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패러디한 ‘도스또옙스끼 백일장’을 개최했는데 이때 정말 엄청난 분들이 참여해서 어마어마한 원고를 남겨주었습니다. 마치 준비되었다는 듯 연필을 쥐고 써내려가던 뒷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역시, 다들 놀 자리가 필요했구나!’ 하고 절감했습니다.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출간 기념으로 16회 동안 ‘특성 없는 독회’를 진행했던 것도 라블레의 짧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서점극장 라블레가 묻고 대답합니다
   Q. 왜 세계문학 서점인가요? 어떤 세계문학을 소개하고 싶나요?


   세계문학만큼 한번 빠져들면 걷잡을 수 없이 재밌는 세계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소개하고 싶은 세계문학은 ‘교양으로서 엄숙하고 지루한 정전’이 아니라, 고전고대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대화입니다. 사람은 그런 대화의 감각 없이는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대화란 눈앞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즉각적으로 주고받는 교환의 커뮤니케이션을 뜻하지 않습니다. 아주 이질적이고, 다양하고, 비대칭적이며 무한히 이어지는 대화. 침묵의 언어, 몸짓,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의 만남 등을 아우르는 의미입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책과 독자 사이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지요. 우리에게 ‘책+방’이란, 거대한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의 광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작은 문턱인 셈입니다.)
   우리가 특별히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세계문학은 ‘진지한 웃음의 문학’ 계보에 속하는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서점 이름도 르네상스 시대의 소설가 프랑수아 라블레에게서 빌려왔습니다. 라블레의 소설은 아주 웃기고 심오한 세계의 원리를 담고 있거든요. 태어나고 죽어가는 몸, 연극과 카니발, 웃음과 대화의 원리가 농축된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모든 멋진 소설에는 자유로운 웃음의 감각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세계문학에 깃든 웃음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힌트는 연극과 소설의 관계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앞으로 ‘서점극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차차 풀어가보고 싶습니다.
   최소 몇 겹 이상의 언어로 쓰인 소설, 재독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독서, 읽을수록 무한한 기쁨의 미궁에 빠져드는 세계! 서점극장 라블레에서 책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서점극장 라블레
   주소 :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25길 5
   영업시간 : 수-토 14시-20시 (2022년 4월 기준)
   홈페이지 : https://rabelais.kr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rabelais.kr


서점극장 라블레

서점극장 라블레는 2021년 4월 1일에 문을 연 세계문학 서점입니다. 낮에는 서점으로, 밤에는 비밀극장으로 변신합니다.

2022/04/26
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