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스맨 관찰기
까딱대는 머리통
아스팔트를 뒤집어쓴 것 같음
더듬이 꿈틀대는 깃털 모양
털이 수북한 몸 검은 인분 가루
한 쌍의 커다란 눈 동공 없음
붉은 안광 무언가를 뚫고 나올 것처럼
빛난다?
나는 모스맨을 감시한다
유리창 너머에 대한 무미건조한 서술을 반복한다
모스맨이 움직임 모스맨이 고개를 돌림 모스맨이 날개를 퍼덕거림 모스맨의 눈이 발광함 모스맨이 더듬이를 까딱임 파르르 떨림 모스맨이 서성거림
나는 예측 불가능한 삶을 원한 적 없고 어제까지만 해도 감시자는 거기에 들어맞는 직업이었다
모스맨이 나를 본다
저것의 얼굴이 내 쪽을 향한다
인간에게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의 낯선 경련
재현할 수 없는 징그러운 몸짓
유리창은 건너편에서는 거울로 보인다
누가 확신할 수 있겠어
시뻘건 눈에 비친 세상을 아는 척하기
그건 사기 혹은 날조, 카메라 렌즈에 빨간 셀로판지를 덧대기, 아파트가 불타는 풍경을 방치하기, 혹은 디스코장의 불빛 아래서 머리 흔들기, 엄마 없는 집의 암흑 아니면 예고된 정전, 시멘트 속에서 수경 없이 헤엄치는 기분, 나를 배신한 전 애인의 정교한 거짓말과 갑작스러운 사고의 순간 시야에 차오르는 피나…… 그래…… 삶이 바라는 대로 흘러간 적은……
저것은 나방을 닮은 외형 때문에 모스맨이라 불린다. 재앙이 일어나는 곳마다 출몰하는 괴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
대한
나의 감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감금하고 묶고 장악하고 붙잡고 주물럭거리고 파악하고 조종하고 가두고 포획하고 고문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나의 노동이?
추가 근무에 대한 급여는 곧 입금될 것이다 그건 예상 밖이지만 결코 나쁜 일은 아니고 몇몇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도시는 변하지 않는다 재앙이 우리의 곁에서 멀어진 적 없었던 것처럼 예고 없이 창출된 나의 일자리와 불현듯 이곳으로 호출된
나의 경우처럼
나는 모스맨을 본다 모스맨이 일어남 모스맨을 기록함 모스맨의 날개가 펄럭거림 모스맨이 몸부림침 모스맨을 응시함 모스맨이 벽에 머리를 퍽퍽 내려침 모스맨이 창문으로 다가옴 모스맨이 머리를 갖다 댐 모스맨과 눈이 마주침 내 곁에 모스맨이 있음 모스맨 곁에 내가 있음
아스팔트를 뒤집어쓴 것 같음
더듬이 꿈틀대는 깃털 모양
털이 수북한 몸 검은 인분 가루
한 쌍의 커다란 눈 동공 없음
붉은 안광 무언가를 뚫고 나올 것처럼
빛난다?
나는 모스맨을 감시한다
유리창 너머에 대한 무미건조한 서술을 반복한다
모스맨이 움직임 모스맨이 고개를 돌림 모스맨이 날개를 퍼덕거림 모스맨의 눈이 발광함 모스맨이 더듬이를 까딱임 파르르 떨림 모스맨이 서성거림
나는 예측 불가능한 삶을 원한 적 없고 어제까지만 해도 감시자는 거기에 들어맞는 직업이었다
모스맨이 나를 본다
저것의 얼굴이 내 쪽을 향한다
인간에게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의 낯선 경련
재현할 수 없는 징그러운 몸짓
유리창은 건너편에서는 거울로 보인다
누가 확신할 수 있겠어
시뻘건 눈에 비친 세상을 아는 척하기
그건 사기 혹은 날조, 카메라 렌즈에 빨간 셀로판지를 덧대기, 아파트가 불타는 풍경을 방치하기, 혹은 디스코장의 불빛 아래서 머리 흔들기, 엄마 없는 집의 암흑 아니면 예고된 정전, 시멘트 속에서 수경 없이 헤엄치는 기분, 나를 배신한 전 애인의 정교한 거짓말과 갑작스러운 사고의 순간 시야에 차오르는 피나…… 그래…… 삶이 바라는 대로 흘러간 적은……
저것은 나방을 닮은 외형 때문에 모스맨이라 불린다. 재앙이 일어나는 곳마다 출몰하는 괴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
대한
나의 감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감금하고 묶고 장악하고 붙잡고 주물럭거리고 파악하고 조종하고 가두고 포획하고 고문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나의 노동이?
추가 근무에 대한 급여는 곧 입금될 것이다 그건 예상 밖이지만 결코 나쁜 일은 아니고 몇몇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도시는 변하지 않는다 재앙이 우리의 곁에서 멀어진 적 없었던 것처럼 예고 없이 창출된 나의 일자리와 불현듯 이곳으로 호출된
나의 경우처럼
나는 모스맨을 본다 모스맨이 일어남 모스맨을 기록함 모스맨의 날개가 펄럭거림 모스맨이 몸부림침 모스맨을 응시함 모스맨이 벽에 머리를 퍽퍽 내려침 모스맨이 창문으로 다가옴 모스맨이 머리를 갖다 댐 모스맨과 눈이 마주침 내 곁에 모스맨이 있음 모스맨 곁에 내가 있음
유선혜
199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2년 《현대문학》 시 부문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가 있으며, 현재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2025/10/01
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