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



   나는 창자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목각 인형

   연골이 실뱀처럼 딱딱해지는 밤을 맞는다

   유리병에 비치는 영혼은 백반증을 앓고 있는지

   눈은 물결무늬로 흔들리고 있었다

   핏줄이 묘목처럼 뻗어나가는 거리 위에서

   두 귀를 떼어내 주머니에 넣고 주물러본다

   은하수는 어제 다친 별이 발을 끈 자리이지만

   나는 아무 흐느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가장 연해져 있던 살을 열면 뼈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몸

   팥빛 장기들이 필라멘트 닳은 전구처럼 깜빡거리니

   너덜거리는 영혼을 한 채 떠다가

   가만히 그곳에 잘 걸어두어야 한다





   환지통



   부려놓은 피 한 보퉁이가 녹색으로 짙어져야만 했다
   팔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정글 꿈을 꾸었다.

   그곳 하늘이 더욱 높기 때문에, 불투명한 그늘은 뱃가죽을 끓이고
   진흙과 이끼는 땅이 축축해지는 걸음마를 익혔다
   졸고 있던 곤충이 두툼한 악취 끼인 늪 속으로 구르자
   달빛에 악어가 익어가고 있었다
   끈질긴 목덜미 살로 열매를 터뜨리는 무당개구리.
   샛노란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뱀은 갈라진 혓바닥을 쉬쉬 내저어 별들을 한 올 한 올 건져올렸다
   이미 오래도록 발기해온 갈기털이 일정하게 얼룩지는 말,
   맹랑한 궁둥이를 흔들거린다
   가죽 안 출렁이는 양수 노래가 잿빛 도는 카펫을 짜 나무를 덮어놓았다
   원숭이가 그것을 물컹물컹 자란 발로 망쳐놓았다.
   점잖지 않은 핏빛 향기는 결코 마시질 않는 웃는 늑대가
   은을 입힌 왕관처럼 우뚝 돌아보았다 상아에 떼가 탄
   코끼리의 나팔 귀는 부우우우 습한 대기를 펄럭거렸다.
   개미핥기는 젖고 뭉툭한 주둥이를 나무둥치 아래에 비벼 닦는다
   저 빛 무더기 틈,
   날아오르는 겨드랑이 가려운 육식 깃털들
   빤빤한 갈색 부리가 쾅쾅 허공을 두드려대자
   양털 구름만 한 구멍이 났다 속속들이 뻗치고 들어오는 녹색 핏방울.
   우르릉, 잠꼬대가 울리고 이제는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하는데 팔뚝의 꿈들이 튼튼한 바람 부는 정글을 헤매는 밤
   열감이 푸르러지는 톱니바퀴 잎사귀에 살갗을 부풀리면서
   잠자리 날개 같은 눈꺼풀은 찬연하게 이리저리 빛을 흘린다.

이지연

어떠한 ‘이미지’를 보다 선명하게, 절실하고도 경이롭게 독자의 눈앞에 펼쳐주고자 시라는 불길 속으로 혈혈단신을 내던지고 있습니다. 살갗과 근육을 뚫고 심장이라면 심장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네들의 본질에 닿기 위하여 나의 ‘시의 이미지’ 작업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18/01/30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