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잘 먹었습니다
저녁 먹고 소파에 누워 있는데
엄마가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고 했다
그럼 밥 먹고 일 분 있다가 누우면 돼요?
아니
그럼 밥 먹고 이 분 있다가 누우면 돼요?
아니
그럼 밥 먹고 삼 분 있다가 누우면 돼요?
되겠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숙제나 하라고 하길래
일기장 꺼내는 척하다가 침대에 누웠다
그랬더니 머리에서 뿔이 자라고
엉덩이에서 꼬리가 자라더니
진짜로 소가 되어버렸다
깜짝 놀라서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는데
손이 발이 돼버려서 문고리가 잡히지 않았다
뿔로 방문을 부수고 나갔더니
엄마 옷을 입은 소 한 마리가
티비를 켜놓고 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음무음무 엄마를 불렀더니
엄마도 음매야 깜짝 놀라며 깼다
엄마랑 나랑 이마를 맞대고
음머음머 꺼이꺼이 울다가 꺼억 트림을 했다
아까 먹은 밥이 배 속에서 소화가 다 돼서
다시 사람이 되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밥 먹고 사 분 있다가 누울걸
생각했다
엄마가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고 했다
그럼 밥 먹고 일 분 있다가 누우면 돼요?
아니
그럼 밥 먹고 이 분 있다가 누우면 돼요?
아니
그럼 밥 먹고 삼 분 있다가 누우면 돼요?
되겠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숙제나 하라고 하길래
일기장 꺼내는 척하다가 침대에 누웠다
그랬더니 머리에서 뿔이 자라고
엉덩이에서 꼬리가 자라더니
진짜로 소가 되어버렸다
깜짝 놀라서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는데
손이 발이 돼버려서 문고리가 잡히지 않았다
뿔로 방문을 부수고 나갔더니
엄마 옷을 입은 소 한 마리가
티비를 켜놓고 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음무음무 엄마를 불렀더니
엄마도 음매야 깜짝 놀라며 깼다
엄마랑 나랑 이마를 맞대고
음머음머 꺼이꺼이 울다가 꺼억 트림을 했다
아까 먹은 밥이 배 속에서 소화가 다 돼서
다시 사람이 되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밥 먹고 사 분 있다가 누울걸
생각했다
양슬기
2024년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갔다 왔는데 시간이 꽤 남았을 때, 보드게임은 좀 지겨운데 재밌는 거 하고 싶을 때, 운동장 계단에 앉아 멍하니 학원 차 기다릴 때. 그럴 때 짧은 동시 한 편이 어린이들에게 재미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출출할 때 편의점에서 간단히 사먹는 삼각김밥, 컵라면처럼 제가 쓴 동시 한 편이 어린이들의 고픈 상상을 채워주는 간편한 시가 된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어린이들이 "너 그 라면 먹어봤냐?" 묻듯이 "너 그 동시 읽어봤냐?" 물어보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2025/08/06
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