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놀이터에서 장난감 삽으로 땅 파는데 누나가
  너는 또 삽질이냐?
  배애애애액날 땅 파 봐라 돈이 나오냐 뭐가 나오냐?
  빈정빈정 비꼬더니 그네 타러 가버렸다

  누나는 배애애애액날 땅을 안 파봐서 저런 소리를 하는 거다
  아무데나 앉아서 삽질하면
  개미들이 탭댄스 추는 것도 볼 수 있고
  지렁이가 자다 깨서 화내는 것도 볼 수 있고
  원시인들이 쓰던 뗀석기랑 간석기도 얻을 수 있고
  백 년 된 산삼 뿌리
  인 줄 알았는데 엄마가 민들레 뿌리라고 한 것도 캘 수 있다

  엄청나게 길다는 민들레 뿌리를 따라서
  땅속으로 계속 삽질하면
  두더지 굴을 지나서 토끼 굴을 지나서 이상한 나라를 지나서
  공룡과 외계인들이 사는 곳을 지나서
  에베레스트 꼭대기까지 뚫고 가서
  머리를 내밀고 야호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데나 핀 민들레 한 송이의 키가 얼마나 큰지
  배애애애액날 땅 안 파본 누나는
  저어어어얼대 모른다

양슬기

2024년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갔다 왔는데 시간이 꽤 남았을 때, 보드게임은 좀 지겨운데 재밌는 거 하고 싶을 때, 운동장 계단에 앉아 멍하니 학원 차 기다릴 때. 그럴 때 짧은 동시 한 편이 어린이들에게 재미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출출할 때 편의점에서 간단히 사먹는 삼각김밥, 컵라면처럼 제가 쓴 동시 한 편이 어린이들의 고픈 상상을 채워주는 간편한 시가 된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어린이들이 "너 그 라면 먹어봤냐?" 묻듯이 "너 그 동시 읽어봤냐?" 물어보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2025/08/06
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