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4화 뭐야
소리의 겨를 줍다
장소 : 피시방
시간 : 오후 4시 30분부터 6시 30분 사이
게임을 하고, 노래를 듣고, 띵동, 벨을 눌러 과자를 시키는 그들, 그들의 피시방.
소리의 겨를 살피다
소리를 채집하는 손.
(작은 소리로 들리는 남자 가수의 목소리)
우와.
아.
오.
처치해, 처치.
아아, 파이팅!
아.
실화야?
깠다.
아, 예.
좀 아까 해줄만 한 것 같은데.
아, 뭐야.
따따따따.
아, 공방 온다.
굼베천황, 굼베천황.
아.
한 타가 너무 힘들어. 나는 괜찮은데, 나는.
우리 둘이.
노노노노노.
(하품하며) 안 걸린 거야.
(띵동, 띵동.)
하난데, 잡기 너무 힘들어. 스킵 무시하고.
하하하.
뭐야, 뭐야, 뭐야!
그냥 한번 타봤는데.
아니, 아 씨.
소리들의 횟수를 나타낸 그래프.
겨로 만든 미니 픽션 : 「뭐야」
잘나가고 싶다. 부자 되고 싶다. 부자 부모가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는 없었으면 좋겠다. 잘생기고 싶다. 이기고 싶다. 지는 건 싫다. 지는 내가 싫다. 졌다고 무시하는 네가 더 싫다. 앞에서는 피시방 가자고 하고 뒤에서는 내 욕하는 네가 제일 싫다. 싫은데 같이 논다. 노는 건 좋으니까. 티브이에서 말한다.
꿈을, 꿈을, 꿈을 가지라고. 부담스러워 치즈, 치즈, 치즈 똥을 쌀 것 같은 얼굴로 춤을 추고 노래 부르고 랩을 쏴대고 돈을 뿌린다. 그 돈을 나에게 줘, 나에게 줘. (하지만 오늘도) 돈 대신 벌 수 있는 매와 재와 내 인내심의 한계를 밀어
밀어
밀어붙이는 온갖 것들.
찢고 싶다. 파고 싶다. 쏘고 싶다. 먹고 싶다. 먹어도 살 안 찌는 인간이 위너. 실컷 먹으면서 유튜브로 돈 버는 인간이 위너. 지문이 닳도록 조이고 묶고 클릭하고 사랑하는 여기
저기
거기
내 헛소리를 들어라!
안 들린다고? 한 판만 더 하자고.
찔걱, 찔걱, 찔걱, 클릭하고 조준하고 터뜨리고 미쳐버리고 미쳐버리지 않게 24시간 슈슈휴휴 숨을 멈추며 가지 말라고, 한 판만 더 하자고. 졸아드는 애간장처럼 졸아드는 게임 시간 위에 나는 어제 숨 쉬고 싶었다. 오늘은 걸었다. 내일은 없겠지. 울지 않으려 참아보는 설움과 콧물 속에 흘러내리는 성인물과 오물, 찬물을 뒤집어쓴 나라는 인간의 신발 속에 누가 똥을 쌌나. 치즈, 치즈, 치즈 똥을.
문을 열고 나가면 또다른 문이 버티고 서 있는
오르막
철봉
등급이 나를 기다린다.
그래 좋다. 세상의 초미세먼지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오른팔과 왼팔을 감아 내 몸을 안고 (하지만 오늘도) 마스크 대신 마이크 앞에서 피자, 햄버거, 치킨, 돈가스, 너구리와 불닭볶음면을 쏟아붓는 먹방을 보고 돌아누워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취급주의 경고문처럼 아무것도 경고하지 못한 채 배만 채운 피시방의 소화기처럼 빨개질 수 있나. 지고 있을 땐 이길 수 없을 땐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어 숨이 차오르고 하늘이 노랗고 납작해져 리본처럼 꼬여갈 땐 로그아웃을 클릭해 밖으로 나간다. 네가 소리친다. 뭐하는 짓이야, 튀면 끝이냐, 뭐냐,
이게 뭐냐고!
이게 나다.
멜라겨해나
소설가 김멜라와 배우이면서 영상을 만드는 이해나.
둘 다 ‘겨’울에 태어났으며 냉면을 좋아합니다.
2019/01/29
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