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큰 개와 정원에서 사진 찍는 모습

  그때 모기가 허벅지를 훤히 내놓은 그의 다리에 앉지 않고 내게로 날아와 나를 음미하더라고요
  나는 모기가 인용한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대로 두면 안 되는데 뭐, 표절이 더 쉽죠
  모기가 언제 인간의 형태를 구분했던가요

  풀숲에 앉아 과자
  먹는
  남자
  모기
  창궐하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인간이 산산이 부서지는 꿈을 자주 꿨어요 길을 걷다 날아오는 팔에 맞아 눈을 뜨기도 했죠
  토막난 육체가 둥둥 떠다니는 걸 물속에서 견뎠어요

  인간이 폭발해요
  치명적인 모기가 비명을 지르진 않거든요

  부패한 여름
  상습적으로 출렁이는 그것
  형용사 뭉그러지는
  여름
  울긋불긋한 여름
  해변으로 밀려들어오는
  빛이
  그것을 먹어버린다

  모이주머니 가득찬
  산란기의 모기들

  커튼이 미풍에 팔랑인다 몸뚱이를 굴리고 살았어 사실은 걸었던 건데 자신을 건드리며
  내가 뭐가 그렇게 이상하니
  양팔을 벌리고 선다

윤유나

2020년 『하얀 나비 철수』를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산문집 『잠과 시』가 있고, 시집 『삶의 어떤 기술』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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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7
8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