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맑다
  맑은 날이 계속된다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된다1)

  절대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소금쟁이처럼
  제 마음으로 한 걸음도 들어가보지 못한
  항상 웃는 아이는

  오늘도 사막에 산다

  아무도 오지 않아서
  아무것도 깃들지 않아서

  웃음 뒤에 가려진 목마름
  아무도 모른다

  계속 화창하다
  맑은 날만

임희진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하고, 『삼각뿔 속의 잠』으로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책 『달과 토끼』를 썼습니다.

날씨와 감정은 참 닮은 것 같아요.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날이 좋지 않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하지만 사실 나쁜 날씨는 없어요. 비 오는 날은 자연이 한 뼘 더 성장하고, 눈 오는 날은 아름답고, 구름 낀 날은 세상이 더 선명해 보이잖아요. 우리의 감정도 그런 것 같아요. 날씨의 변화만큼이나 감정의 변화도 당연해요. 우리 삶엔 슬픔과 눈물도 존재하고 그런 시간이 우리를 성장하게도 단단하게도 만든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런 시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누군가와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와 타인의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시를 썼습니다.

2025/12/17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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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