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무결점의 결점
100퍼센트 염화나트륨
정제 소금
다른 것이 하나도 섞이지
않아서
칼륨, 칼슘, 마그네슘
좋은 영양도 없대
짝꿍 그리기 시간에 말이야
너는 정말이지 날
딱 나처럼
주근깨까지 빠짐없이 다 그렸더라
난 정말로 널
너 아닌 것 같이
속눈썹까지 촘촘히
말도 안 되게 예쁘게 그려줬더니만
정제 소금
다른 것이 하나도 섞이지
않아서
칼륨, 칼슘, 마그네슘
좋은 영양도 없대
짝꿍 그리기 시간에 말이야
너는 정말이지 날
딱 나처럼
주근깨까지 빠짐없이 다 그렸더라
난 정말로 널
너 아닌 것 같이
속눈썹까지 촘촘히
말도 안 되게 예쁘게 그려줬더니만
임희진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하고, 『삼각뿔 속의 잠』으로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책 『달과 토끼』를 썼습니다.
빈틈이 없고, 다른 게 하나도 섞이지 않은 '완벽함'이라는 게 가끔은 인간미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완벽한 구현은 사람보다 기계가 더 잘하지요. 짝꿍의 얼굴을 똑같이 구현하는 게 목적이라면 애초에 사진으로 찍고, 앱으로 그림 효과를 내면 돼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아직도 그림을 그릴까 생각했어요. 그림을 그리다보면 상대에 대한 감정이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애정이 담긴 시선은 필터 같아요. 애정이 담긴 만큼 상대를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따뜻하게, 좋은 모습으로 보고 그리게 될 거예요. 저는 제 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필터를 가진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요.
2025/12/17
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