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소금처럼 보였다 그는 겨울처럼 보였다 그는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보였다 그가 보이는 방식에 대해서 나는 여러 태도를 생각했다가 하나씩 하나씩 떠나보내곤 했다 배웅할 때면 태도들은 하나같이 나를 안아주었고, 그것은 그가 나를 안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다르지 않았다

  그는 소금이었고, 겨울이었고, 얼음 아래의 물이었다 주머니 안에서 그것들이 척척해지고 있다는 걸 아니, 보이는 대로 주워들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손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손이 없이 배웅할 수 있는 걸까, 생각하는 일을 그에게 종종 보여주면서

  어느 날은 당나귀와 뱀이 엉긴 헛간을 꿈속에 마련했다 지푸라기와 뒤섞인 둘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나는 발끝으로 걸었고, 울타리 바깥의 눈보라를 힐끔대다가 헛간 옆의 집으로 들어섰다 창문에 끼워놓은 유리가 삐걱댔고, 헛간에서 달아난 빛이 눈을 머금은 가지와 뒤섞이는 걸 보기도 했다 당나귀에게도 뱀에게도 영혼이 있었구나, 서로를 깨물 수 있음에도 서로를 안기로 했구나, 그러나 떠나고 있는 영혼들, 숨구멍이 머리끝에 달린 고래가 그들을 마중 나올 거라고, 꿈은 내가 마땅히 믿어야 할 것들을 한 번씩 창문에 빚었다가 닦아내곤 했다 그에게도 말해줘야지, 그러나 내 꿈이었으므로

  말하지 않게 된 나는 양념통의 반투명함처럼 보였다 나는 과호흡을 위해 준비된 봉투처럼 보였다 나는 너무 많이 보였다 그에게도 손이 있었고, 그가 나를 쓰다듬을 때마다 배웅받는 기분이 들곤 했다 막차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떠나는 일에는 시간이 좀처럼 엉기지 않았다 당나귀와 뱀 따위를 떠올렸는데, 영혼이 아직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일들이 떠올랐는데, 말하지 않았다 말은 문 닫는 소리 때문에 순식간에 흩어지고, 그가 없는 복도에 내가 놓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를 악물면 말은 조금 솔직해졌다 지푸라기를 조금 깔고, 얼어붙은 채 겨울을 보내는 짐승 하나를 껴안고 있으면 내 심장으로도 두 개의 영혼이 흔들리게 된다고

  결심한 후부터는 그가 잘 보이지 않았다 짜게 먹어서 병원에 다니게 된 사람을 부양한다고, 겨울에 갑자기 심하게 앓는 사람이라고, 새치 염색을 자주 하는 그 때문에 내 꿈은 종종 거멓게 변한 티브이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일이 되어갔다 나와 그를 동시에 아는 사람이 나와 그중에서 한 명만 아는 사람처럼 끄덕이다가 사라졌고, 나는 종종 그의 소식이 떠날 때까지 산책하곤 했다

  보도블록이 빼곡하게 깔린 길을 다 걸으면 혹한이 멈추지 않는 들판, 허름한 오두막과 헛간이 있었고, 헛간 속의 당나귀와 뱀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서로를 깨물기 시작했다 짜고 춥고 서늘한 것이 한꺼번에 나를 지나쳤다 길이 자라나는 중이었다 소금은 소금으로, 겨울은 겨울로, 그는 그로만 보이는

한백양

2024년부터 시를 발표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데, 이름은 소금이고 겁나게 예쁘다. 뭐 안 이뻐도 나만 볼 수 있으니까, 이쁘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겁나게 예쁘다. 관찰되지 않은 것들은 대개 예쁜 법이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은 무섭다. 있는 그대로 보인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나는 고작해야 나만큼의 야외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은 활자를 통해 과장되거나 왜곡된 후에도 여전히 나만큼의 야외이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은 무섭다. 있는 그대로 보일 거라는 믿음이 한때 내 주변을 떠돌았는데, 골목에 목줄 없는 개가 물고 가서 나무 아래에 묻어놓았다. 개는 곧 차에 치여 죽었으므로, 어떤 나무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가장 무섭다.

2025/06/18
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