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 들렀다가
결국 조퇴하고
병원 진료까지 받고 오니

보호자 1이 말한다
그러게 요즘 날씨 춥다고 해도
얇게 입고 돌아다니더니만
맨날 컵라면이나 먹고

공부 안 하고
친구들이랑 밤늦게 놀이터에서
놀다 그랬지, 뭐
보호자 2가 말한다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다, 추위가 아니라
중간고사 공부하느라 더 늦게 잤다

초등학생 때 감기 걸리면 보호자들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돌봐주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만 차려줬는데

이제는 알아서 열 재고 밥 먹고 약 챙겨 먹는다
나는 중학생이니까

“나 오늘 아파서 학원 못 가” 문자에
친구가 답 문자로 비타민씨를 선물했다
고마워 친구야
니가 내 보호자 같아

중학생의 보호자는 뭘 보호하는 걸까

약국 계산대에 가득 쌓인 비타민 젤리
조제실 들어간 약사가 약 지어 나오기까지
그 하나쯤 얻어내기엔 충분했지
하루에 두 개만,
보호자는 번번이 져주고야 말았는데

쟤는 아기 때부터 꼭 가족 여행 앞두고 아프더라
지금 보호자는 내가 아파서 화가 난 듯하다

김유진

동시집 『나는 보라』 『뽀뽀의 힘』 『그때부터 사랑』과 아동청소년문학 비평집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 『구체적인 어린이』 등을 냈습니다.

동시와 비평을 함께 쓰며 ‘돌봄’이 가장 중요한 생각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돌보아야 할 존재와 그러지 못하고 놓친 이들을 기억하며 이 시를 썼습니다.

2026/02/04
77호